생성형 AI 개발 경쟁, PC·스마트폰 출하량 회복 호재
비메모리 매출 증가율은 8% 그칠 전망
대만 TSMC 둘러싼 미·중 신경전 한층 팽팽해질 듯
지난해 감소했던 세계 반도체 업계 매출이 올해 메모리 부문의 강한 성장세에 힘입어 14%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미·중 간의 긴장 고조를 비롯해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레이팅스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산업 신용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 재고 조정으로 10% 감소를 기록했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 매출이 올해 1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2022년에는 4%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S&P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매출이 40% 가까이 급등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는 개인용컴퓨터(PC)와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수요 약세로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30%를 기록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도 반도체 매출 호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했던 PC와 스마트폰 출하량도 올해는 각각 4%, 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P는 “이 두 시장의 재고 수준이 가장 먼저 정상화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메모리 부문을 제외한 반도체 산업 매출 증가율은 8%에 그칠 전망이다. AI용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를 제외하면 비메모리 부문 매출 증가율 전망치는 3%까지 떨어진다.
반도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는 요인으로는 미·중 긴장 고조에 따른 지정학적 갈등이 꼽혔다. 중국은 전 세계 정보기술(IT) 제품 소비의 약 20%를 차지한다. 미국, 대만과의 관계 악화로 중국이 자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을 추진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SMIC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약 60%에 달하는 대만 TSMC를 둘러싼 미·중 양국의 신경전은 한층 팽팽해질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리처드 크로닌 연구원은 “대만의 반도체 제조 지배력은 규모와 경제, 인구를 뛰어넘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S&P는 “공급망 다변화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공급업체들의 마진을 낮출 수 있다”며 “TSMC에 공급 차질이 생기거나 미국의 반도체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가 확대될 경우 업계 전망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