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충돌이 이어지면서 최근 늘어나는 유럽과의 교역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 1월호(그린북)’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 ‘수출 회복 등으로 경기 회복조짐이 서서히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평가에서 다소 긍정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 사이클에서 수출이 가장 처음 반응을 나타내고 이에 따른 투자가 진행된 뒤 임금 상승과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수출이 예상보다 지속해서 괜찮은 편을 보이는 점을 감안해 경기 톤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서 수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이달 1~10일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154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이 2022년 5월 이후 20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수출도 증가했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과 수출이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IT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다만 기재부는 글로벌 회복세가 약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수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성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예멘 반군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상선 나포 등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다국적 함대는 지난 12일 예멘의 친이란계 반군인 후티 반군에 대한 폭격에 나섰다. 후티는 지난해부터 하마스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자기방어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후티는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에서는 후티를 지원해 온 이란이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만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경우 국제 무역이 둔화하며 회복되던 우리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만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석유·천연가스 대부분이 지나고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30%가 이 지역을 거친다.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해상진출로인 호르무즈 해협도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간다.
중동을 거쳐야 하는 한국의 대EU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EU 수출은 전년 대비 0.3% 상승한 682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의 EU로 향하는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한 16억5700만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