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종종 피해자는 없지만 도로교통법을 어기고 운전하다가 처벌을 받게 된 의뢰인이 찾아오곤 한다. 그렇다. 바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이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 독특한 분야가 생겼다. 개인형이동장치, 즉 전동킥보드를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단속이 된 사람들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가 넘은 상태로 킥보드를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자동차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결격 기간은 초범의 경우 1년,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하여 걸린 경우는 2년 동안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다. 이 부분마저 완전히 똑같다.
개인형이동장치의 원래 정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30km 이하의 속도로 달리는 기계’다. 또한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 이상 보유자를 조건으로 한다. 그러니까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일종이지만 특수한 원동기장치자전거다. 여기서 법을 규정하는 데 있어 혼란이 시작된다.
우선 자전거와 킥보드를 비교해보자. 자전거는 면허가 필요없다. 또한 음주운전을 하더라도 운전면허가 취소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개인형이동장치인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다 음주에 있어 규정이 엄격한 셈이다.
이제 다시 형벌을 살펴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은 자동차 음주운전과 똑같이 처벌을 하였다. 하지만 곧 전동킥보드를 자동차와 똑같이 처벌하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여하는 쪽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했다. 20만원 이하 벌금 정도 죄를 전부 수사하고 기소하려면 우리나라 경찰·검찰 인력으로는 도저히 업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판결에 따른 ‘벌금형’을 대신해, 즉결심판으로 통고하는 ‘범칙금’ 10만원으로 전동킥보드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낮추었다.
이러다 보니 징역이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당하는 자동차와 달리 킥보드 음주운전은 10만원의 범칙금에 처해질 뿐이 되었다(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8 참조). 다시 말해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은 형벌에 있어서는 자전거처럼, 면허에 있어서는 자동차처럼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자, 여기서 인터넷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법리를 하나 밝히고자 한다. 혹시 본 칼럼을 읽고 틀린 부분을 발견하면 언제든지 교정을 가해주길 바란다. 교통사고전문로펌 엘케이에스 상담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도로교통법상 면허취득에 대한 결격사유 규정을 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 그 원인에 따라 1년부터 최대 5년까지 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단서를 보면, ‘벌금 미만의 형이 확정되거나 선고유예의 판결, 또는 기소유예를 받을 경우에는 결격 기간 내에도 면허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을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에 적용해보자. 법을 설명하다 보니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해를 확실히 한다는 측면에서 양해를 바란다.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10만원이 적용된다. 다시 말해 이 범칙금 부과는 도로교통법에 있는 벌금 미만의 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고 또 그 결격 기간이 1년 또는 2년이 적용되더라도, 위 도로교통법 제82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운전자는 바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혹시 본 칼럼을 읽은 이들 중에 전동킥보드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있다면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여 면허에 응시할 기회가 있다는 것으로 알아두면 된다. 다만, 아마도 100% 확률로 경찰에서는 운전면허 응시자에게 면허 취득 결격 기간을 언급하며 응시 기회를 거절하는 처분을 내릴 것이다. 그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통하여 자격을 부여받으면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이번 칼럼에 다룬 내용은 대한민국 그 어디서도 언급한 적이 없다.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킥보드 음주운전에 대한 많은 전문가 글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법에서 분명히 규정하고 있는 사안인 만큼,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서 틀림없는 사실을 말씀드린 점임을 재차 강조해본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