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4년 9개월 동안 갈등을 겪던 쿠팡과 LG생활건강이 화해했다. 쿠팡이 LG생활건강에 먼저 손 내민 배경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부가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LG생활건강은 최근 거래를 재개했다. 이에 따라 쿠팡 고객은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오휘, 숨37, 더후 등 LG생활건강 제품들을 다시 로켓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다.
양사는 지난해 초부터 협의를 재개했고 연말쯤 원하는 합의에 이르렀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쿠팡과 LG생활건강은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으며 거래를 중단했다. 쿠팡이 최저가 보장을 위해 LG생활건강에 상품 가격을 낮추거나,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 가격을 인상하도록 요구하면서다. 광고 구매 요구와 할인 비용 전가 등의 행위도 이뤄졌다.
같은 해 5월 LG생활건강은 이를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신고했다. 이후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의 납품업체 상대 ‘갑질’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2020년 9월 ‘최저가 보장’ 정책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고 LG생활건강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동일 제품의 다른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 및 광고 구매 요구, 할인 비용 전가 등의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쿠팡은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한국P&G,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SK매직, 레고코리아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서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쿠팡은 2022년 2월 공정위의 결과에 불복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결과는 오는 18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거래 재개는 공정위 결과 발표를 약 일주일 앞두고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을 두고 쿠팡이 불리한 공정위 결과를 받아들일 경우 ‘갑질’ 사업자로 비춰질 것을 우려해 내린 결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의 성장을 견제해 LG생활건강과의 거래를 재개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쿠팡이 알리를 의식할 단계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며 “공정위의 플랫폼법이 시행되면 쿠팡의 사업에 차질이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4년 9개월 만에 쿠팡과 LG생활건강의 갈등이 종결되면서 쿠팡과 CJ제일제당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지난 2022년 말 납품가 협상 갈등을 겪으며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LG생활건강과 달리 CJ그룹은 쿠팡과 강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거래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은 CJ제일제당의 햇반 판매를 중단한 이후 오히려 중소사업자의 매출이 성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뷰티 사업과 관련해서 쿠팡은 CJ올리브영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택배 사업에 있어서도 CJ대한통운과 쿠팡CLS가 대치되는 측면이 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뷰티·생활용품·음료 분야에서 방대한 LG생활건강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