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중개를 제한하자 금융투자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현물ETF 거래를 도입하려다 서둘러 중단하고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비트코인 선물ETF를 금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면서 촌극이 벌어졌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비트코인 선물ETF의 신규 매수를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했다. 이 외의 주요 증권사들은 선물ETF 거래 중단을 검토하다 철회했다. 선물ETF에 한해서 현행처럼 거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당국이 뒤늦게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증권사도 비트코인 현물ETF 중개를 위해 발 빠르게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 정부의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며 거래를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당국의 입장에 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키움증권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지원 공지를 삭제한 후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은 “비트코인 현물 ETF 종목의 현행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매매와 거래 제한을 공지했다.
비트코인 현물ETF와 더불어 선물 ETF 거래 여부도 논란이 됐다. 현물ETF가 거래되지 않으니 선물ETF도 안 될 것이란 판단에 KB증권은 기존에 중개하던 홍콩,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ETF 신규 매수를 제한했다.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등도 선물ETF 거래 중단을 검토했다.
업계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당국은 지난 14일 “비트코인 현물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비트코인 선물ETF는 현행처럼 거래된다”고 규정했다. 이에 KB증권은 ‘선물ETF 거래 제한’ 공지를 다시 삭제했고, 선물ETF 거래 중단을 검토하던 타 증권사들은 거래 중단 방침을 철회했다.
당국의 불명확한 입장과 뒤늦은 대처에 연초부터 해프닝이 벌어졌다며 금융투자업계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미국 SEC가 작년부터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국내 당국은 손 놓고 있다가 정작 승인 후 설익은 대처로 업계의 혼란함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EC에서 비트코인 현물ETF를 승인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됐다.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기초자산 중 가상자산은 해당되는 게 없지만, 현물ETF 승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당국에서 대비를 했다면 이런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정이나 규칙은 이슈가 되든 안 되든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데 다음 문제를 생각하지 않은 움직임”이라며 “SEC에서 비트코인 현물ETF를 승인하고 나서야 ‘우리나라는?’이 나오고,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선물은?’이라는 부차적인 문제들이 계속 거론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증권사도 마찬가지겠지만, 비트코인 선물ETF는 거래가 원래 많지 않았다. 코인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직접 이용하기도 하고 직접 코인에 투자하지 ETF까지 관심이 없다”며 “이번 일로 비트코인 선물ETF에 관심이 더 쏠릴 것 같다. 해프닝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