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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장남, 되돌릴 수 있을까?…”임종윤, 나이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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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계정에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안건에 반대하는 글을 올리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웠다. 사진은 서울 금천구 DxVx 본사.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임종윤 사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났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했는데 나이브(순진)했죠. 합병과 달리 기업 간 통합은 이사회 결의만 있으면 통과돼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지난 2022년 3월 이사회를 나온 이후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음을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임 사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으로 지난해 3분기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6%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미약품 이사회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선 빠져있다.

임 사장은 한미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안을 발표한 지난 12일 당일 저녁에야 한미그룹이 OCI그룹의 우산 아래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 날 개인회사인 코리그룹 소셜미디어계정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가족들로부터 이른바 ‘패싱(배제)’ 당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임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사 디엑스브이엑스(DxVx) 쪽과도 충분한 교감없이 이뤄진 소통방식이다. 

지난 15일 오전 임 사장이 머무는 것으로 보이는 DxVx 서울 금천구 본사를 찾아갔다. 회사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본사 근처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한 임 사장의 거처를 전혀 알지 못했고, 내부 상의없이 또 어떤 발언을 쏟아낼까 불안해했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물러날 때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이후로도 쭉 지주사 경영에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주 이사회에서 난 결정에 뒤늦게 반기를 든 셈이다.

현재 그는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기 위해 법적대응, 우호지분 확보 등의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며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한 합병과 달리 기업 간 통합은 이사회 의결로만 통과될 수 있는 안건이다. 제약업계에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결정을 임 사장이 되돌리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그룹은 임 사장의 반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미그룹은 이번 통합 안건이 “각 지주회사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최종 의사가 결정된 사안으로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이 없다”는 내용을 이날 오후 추가로 발표했다.

임 사장은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계약 진행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는 한편 다수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의 동생 임종훈 사장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를 보유한 3대 주주로 한미약품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의 판도를 뒤바꿀 캐스팅보트로 주목받는다. 사진은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위치한 한양정밀화학. /사진=김윤화 기자 kyh94@

임 사장의 핵심측근에 따르면 임종훈 사장은 형(임종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둘의 지분을 합치면 20% 가까이 된다. 여기에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12.15%)까지 가세하면 OCI그룹이 통합작업에서 확보할 한미사이언스 지분(27%)를 웃돌게 된다. 결국 신 회장이 두 형제(임종윤·임종훈) 편에 서느냐, 현 경영진(송영숙·임주현)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판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DxVx에 이어 신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한양정밀 본사로 찾아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그는 연초 해외로 출국해 현재 한국에 없었다. 

한 관계자는 “임성기 회장이 살아계실 때는 한미약품 사장진이 신 회장을 뵙기 위해 회사로 자주 찾아왔으나 돌아가신 후로는 발길이 뜸해졌다”며 “작년 초 이후로는 아직까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임성기 창업주의 고향 후배이자 그의 생전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다. 임 창업주가 도움이 필요할 때면 신 회장이 우군 역할을 했다. 한미약품이 2000년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 신 회장은 동신제약 주식 60만주를 한미 측에 장외거래로 넘기면서 합병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임종윤 사장은 이러한 신 회장이 ‘한미약품을 지켜야 한다’는 자신의 뜻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임성기 창업주의 타계 이후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신 회장이 모녀(송영숙·임주현)와 두 아들(임종윤·임종훈)간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길 가능성도 있다. 

한미그룹은 신 회장이 OCI그룹과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현 경영진의 뜻을 지지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에 돌아오는 다음 주쯤에야 본인의 의견을 양측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P-2023-006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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