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지폐가 시중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대면 경제활동이 늘어난 데다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상승으로 고액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예·적금 형태로 금융권에 맡겨두는 것이 유리해진 상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중 5만원권 환수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년 간 5만원권 발행 규모는 21조1000억원, 환수액은 1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5만원권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은 67.1%다. 연간 기준 가장 높은 환수율을 기록한 지난 2018년(67.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 화폐는 시중에서 유통되다 은행 예·적금이나 세금 납부 등의 형태로 금융기관에 입금된다. 금융기관은 이 중 일부를 시재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국은행에 입금하는데, 이때 돌아온 금액이 환수액이다. 화폐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뜻이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09년 최초 발행된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8년부터 2년 연속 6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거래가 일상화되고 경제 불확실성에 고액권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수요가 늘면서 5만원권 환수율은 2020년 24.2%, 2021년 17.4%까지 급락했다. 이후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기준금리 상승(현 3.5%)에 발맞춰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5만원권 환수율이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 2021년 8월 연 1.03%에서 2022년 12월 연 4.29%까지 올랐다. 이후 지난해 4월 3.43%까지 내렸으나 다시 반등해 4%(2023년 11월 3.96%)에 근접해 있다.
고액권 환수율 증가세는 국내 뿐 아니라 여타 주요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2019년 기준 77.9%를 나타냈던 미국 100달러권 환수율은 1년 만인 2020년 51.0%까지 급락했다가 2022년 들어 81.3%로 상승했다. 유로존의 100유로 이상 권종 환수율 역시 2019년 90%대(92.7%) 환수율을 기록했으나 코로나 첫 해인 2020년 75.7%로 하락했으나 2022년 105.6%로 급등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당분간 5만원권 환수율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중금리 향방에 영향을 받으면서 장기적으로는 비현금지급수단 확산 추세와 5만원권 유통수명 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등이 환수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5만원권의 경우 지난 2009년 6월 최초 발행된 만큼 초기 발행물량의 경우 대략 14년 이상이 경과됐다. 일반적으로 지폐 유통수명이 15년 내외인 만큼 손상권 환수 확대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금리의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민간 화폐수요의 급격한 변화 가능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국민의 화폐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