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ES)
지난 1월 9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가 막을 내렸다.
올해 CES 행사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AI(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였으며, 참여한 4천여 개 기업 중 AI 카테고리에 등록한 기업만 898개에 이를 정도로 ‘AI’가 주요 키워드였다.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역시 올해 주목해야 할 기술로 AI와 로보틱스를 꼽기도 했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활동하던 AI가 스마트폰을 넘어 TV, PC, 세탁기 등 일상 기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던 자리였다. 한마디로 ‘AX 시대’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AX 시대는 각종 산업 분야에서 AI 전환(AI Transformation, AX)이 이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AI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40년대다. 1950년대부터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다양한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기술들을 바탕으로 1970년에는 AI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이 나오기도 했다.
그 이후로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2016년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대국에서 4승 1패로 이세돌 9단을 물리치면서 세상을 뒤집어 놓기도 했다. 알파고는 사회 각 분야에 ‘알파고 쇼크’를 불러일으키며, 인간 프로 기사와 맞대결해 승리한 최초의 AI 프로그램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리고 2022년, 오픈AI는 ‘챗GPT(ChatGPT)’를 선보였다. 챗GPT는 ‘생성형 AI 챗봇’이다. 무한에 가까운 경우의 수를 학습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놀라웠으나, 우리의 일상과는 멀었다. 그러나 기존 콘텐츠의 패턴을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챗GPT는 어느새 우리의 삶에 깊게 자리 잡았고, 지금의 AX 시대를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가 산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바꿀 것이라는 말이 과거엔 그저 전망에 그쳤다면, 이제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 된 셈이다. 이번 CES 2024는 AX 시대를 만들어갈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가전: 일상에 AI를 가까이
오클린 X 울트라 (출처: Oclean)
해마다 열리는 CES 행사에서 가장 치열한 분야는 ‘가전’인데, 올해에는 수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탑재한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미국 스타트업 오클린이 선보인 ‘오클린 X 울트라(Oclean X Ultra)’ 와이파이 디지털 칫솔은 워클린(PowerClean) 알고리즘을 탑재해 사용자 요구 사항이나 시간대에 맞춰 5가지 브러시 모드를 제공하는 제품이다.
주목할 점은 양치질에 대한 피드백을 AI가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AI는 칫솔질에 도움 되는 음성 가이드를 지원한다. 사용자가 한쪽에만 많은 압력을 가하거나, 정해진 시간보다 오래 닦고 있는 경우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퍼펙타 (출처: Seergrills)
일명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의 줄임말)을 구원해 줄 주방가전도 등장했다. 영국 스타트업 시어그릴스(Seergrills)에서 선보인 AI 그릴 ‘퍼펙타(Perfecta)’가 그 주인공이다.
퍼펙타는 1인치 두께 립 아이 스테이크를 90초 만에 요리할 수 있다. 그릴 내부에는 이중 수직 적외선 버너가 양면을 동시에 조리한다. 기존보다 약 10배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최고 온도는 1,652℉(약 900℃)까지 올라가 겉면을 바삭하게 익혀준다.
사용자가 원하는 익힘 정도를 고려해 음식에 따라 적절한 요리 시간과 온도는 그릴에 내장된 AI 셰프가 컨트롤한다. 내장 센서는 고기 두께를 계산해 버너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해 준다.
모빌리티: AI와 함께하는 주행 시스템
(출처: Volkswagen)
모빌리티 업체는 AI를 어떻게 활용했을까?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Volkswagen)은 IDA(아이다) 음성 어시스턴트에 AI 챗봇 챗GPT를 통합한 차량을 공개했다.
운전자는 ‘헬로 IDA(Hello, IDA)’라고 말하거나,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음성 어시스턴트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IDA는 인포테인먼트, 내비게이션, 에어컨을 제어하거나, 일반적인 지식 질문에 답변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차량 기능 실행, 목적지 검색, 온도 조절 등 주행에 필요한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정하기도 한다.
폭스바겐의 챗GPT 기능은 올해 2분기부터 생산되는 차량에 적용될 예정이다. ID.4, ID.5, ID.3, ID.7을 비롯한 전기차부터 티구안, 파사트, 골프 모델까지 제공된다.
(출처: HD현대)
HD현대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이라는 주제하에 4.5m 무인 굴착기를 공개했다. 운전석이 없는 무인 굴착기는 광각 레이더 센서와 스마트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주변 장애물을 인식해 안전한 작업 현장을 조성한다.
무인 굴착기는 AI 기술로 산업 현장 정보를 분석해 작업 계획을 수립하고 장비 운용 같은 안전 관리 기능을 제공한다. HD현대는 이를 통해 무인 자율화 건설 현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건비 상승 등의 문제로 무인 건설기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PC: 대세는 ‘AI 반도체’
(출처: 좌 – AMD / 우 – intel)
PC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이 한창이다. 이번 CES에서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인텔, AMD 모두 새로운 AI 반도체를 선보였다.
CPU(중앙처리장치) 분야에서는 AMD와 인텔이 맞붙었다. 먼저 AMD는 일반 PC용 CPU ‘라이젠 8000G’ 시리즈를 선보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NPU(신경망처리장치)를 데스크톱 PC용 CPU에 처음 적용한 제품이다. AMD 컴퓨팅⋅그래픽 그룹 수석부사장 잭 후인은 ‘이 칩을 PC에 탑재하면 AI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AI 기반 노이즈 캔슬링 등 다양한 기능을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Nvidia)
인텔은 지난달 선보인 PC·노트북용 AI CPU ‘인텔 코어 14세대’ 추가 제품을 내놨다. 코드명 ‘랩터 레이크 리프레시’의 CPU ‘HX’는 전작 대비 게임 성능 17%, 멀티태스킹 성능 51% 개선됐다.
엔비디아는 소비자용 GPU(그래픽처리장치) ‘RTX 40 수퍼’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전 세대보다 게임 속도는 2배, 이미지 생성은 1.7배 빨라졌다. 엔비디아는 이번 GPU에 적용한 AI 기능으로 게임 작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뷰티: AI로 만드는 아름다움
(출처: IT 동아)
로레알은 처음으로 나선 기조연설에서 ‘로레알 뷰티 지니어스’를 소개했다. 뷰티 지니어스는 생성형 AI 챗봇으로 2018년부터 37개국에 걸쳐 쌓은 10페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를 학습했다.
사진이나 텍스트 등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진단한 뒤 적합한 화장품이나 화장법을 추천해 준다. 만약 ‘11시간 비행 끝에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는데, 시차 때문에 너무 피곤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면, ‘아이 세럼을 추천한다’는 식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하영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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