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머신러닝에 대해 “비전공자”도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을 최종 스코어 4대 1로 이겼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난생 바둑경기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시청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지만, 거의 매일 열리다시피 한 당시 알파고와 이세돌의 다섯 경기는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실시간으로 챙겨봤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알파고의 힘겨운 싸움이 될거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에, 인공지능 컴퓨터의 압도적인 플레이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AI”라는 영어 단어는 한국에서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고유 명사가 된 것 같습니다.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이라는 것의 역사와 미래, 기술적인 원리까지는 일반인들이 잘 모를 수 있겠지만, AI라는 키워드는 오늘날의 현대 사회에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뭔가 미래 지향적이고 인간보다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이미지 때문인지 정치인들의 입에도 많이 오르내릴 뿐 아니라 각종 기업들의 광고와 이미지 메이킹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여러 파생하는 문제점들도 많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 단어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느낌”이 더 많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AI는 우리 사회에 어떻게 이렇게나 큰 이슈가 된 것일까요? 아니 바꿔 말하면, 무엇이 AI를 이토록 강력한 “도구” 혹은 “존재”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요?
딥러닝/머신러닝의 성공
AI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라면 “머신러닝” (Machine Learning) 혹은 “딥러닝” (Deep Learning) 이라는 단어도 들어봤을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두 용어에 대해 더 서술할 수 있겠지만, 일반인들은 둘을 동의어로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 그대로 “컴퓨터(Machine)가 배운다” 는 뜻입니다.
컴퓨터가 배운다니 … 사람이 태어나서 걷는 법과 말하는 법, 더 나아가서는 깊은 학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심리까지도 배우듯이 컴퓨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험으로 배운다”는 말일까요? 그렇습니다. 방법으로야 사람과 똑같지 않을 수 있고 여전히 사람에 비하면 훨씬 못한 면이 많이 있지만, 애초에 발상자체가 사람의 학습능력에서 시작했으며 현재 모든 AI기술의 연구들은 어떻게 컴퓨터가 “더 효과적으로” 혹은 “더 빠르게” 배울 수 있을지를 발견하는 데에 온통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딥러닝/머신러닝 연구는 2010년대부터 성공적으로 꽃을 피기 시작했고 지금의 AI의 붐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파고도 이 때의 산물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많은 관련 연구들이 있었지만 이 최근의 결과물들은 가히 컴퓨터 분야의 특이점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보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매년 5~15% 정도의 성능 향상이 발표되었다면, 이 2010년대의 연구 논문들은 50–200% 의 성능향상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알파고 이전 오랜 기간 동안의 바둑 AI들은 인간에게 쉽게 질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우스운 플레이들을 종종 보이는 수준이었으나, 알파고는 “인간 수준”의 플레이를 넘어서서 인간을 벽을 “뛰어 넘는” 수준을 보여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기술 발전에 있어 일종의 특이점이 온 것입니다.
왜 컴퓨터가 “배울 수 있어야” 할까?
굳이 컴퓨터가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할까요? 당연히 배우면 더 인간과 비슷하고 여러모로 장점이 있겠지만, 꼭 직접 배워야만 할까요? 사람이 그냥 프로그래밍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배운다는 것은 아무리 초고속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해도 결국 “시간”이 드는 일일텐데, 왜 이를 감수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는 아주 합리적인 질문입니다. 사람이 필요에 따라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일을 맡기면 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쓰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컴퓨터에 설치된 윈도우즈처럼 말입니다. 딥러닝에 수많은 양의 “시간”과 기타 자원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구글은 인간의 자연어로 사용 가능한 어시스턴트 서비스 (Google Assistant) 를 학습시키기 위해 수백, 수천대의 초고속 컴퓨터를 할용하고 있으며, 한번 원하는 수준의 학습을 위해서는 최소 2–3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Autopilot) 시스템도 이런 과정을 거치고 있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활용되는 각종 AI시스템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간 등의 자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얼마나 복잡한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보고 지나치는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사용하는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 등은 컴퓨터 시스템이 배우고 이해하기에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합니다. 표면적, 사전적 의미 뿐만 아니라 문맥상 숨어있는 뉘앙스들까지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좋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신의 기술들을 사용한다고 해도 극도로 많은 양의 자원을 필요로 하며, 이런 자원들을 활용하고서도 여전히 많은 에러로 인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역설적으로, 때문에 우리는 컴퓨터가 “더 잘” 학습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인간조차도 우리가 사는 이 복잡한 사회의 현상들을 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가 직접 “유의미한 것들”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약 20–30년 전, “AI의 겨울”이라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AI라는 분야에 더 이상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각종 투자와 연구가 중단됐던 시기입니다. 당시 AI시스템들은 인간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보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예를들면, “개” 사진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사진 위쪽에 “뾰족한 귀 2개”, 가운데는 “동그랗고 까만 코”, 얼굴은 “전반적으로 둥그런” 특징이 있는 지를 보도록 설계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AI는 개가 사진에 거꾸로/옆으로 찍혔을 경우 “개”로 분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사진 위쪽에 “뽀족한 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양이” 사진도 “개”로 생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위에 언급한 비슷한 특징들이 고양이의 사진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현재 AI시스템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런 인간으로부터의 정의(Definition) 는 철저히 배제합니다. 대신 수백, 수천장의 다양한 “개” 사진, “고양이” 사진, 혹은 “비행기” 사진 등으로부터 AI가 직접 특징들을 찾아내도록 설계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사진을 분류하는 AI 시스템에도, 인간의 언어를 처리하는 시스템에도, 알파고 같은 게임 AI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야말로 인간이 설명하기에 세상사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속에서 직접 살아가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AI 열풍, 얼마나 지속될까?
개인적으로 “최소” 한 5~10년은 지속되리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짧다고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현재 AI 붐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봅니다. 이 정점에서 언제 내려올 것인지, 내려온다면 얼마나 빠르게 내려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새로운 AI 기술들이 학계에 소개되자마자 곧바로 소비자들 상품에 적용되고 있다고 할정도로 어떤 분야보다 시장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 TV, 자동차, 집 등등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용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직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미개척 분야들도 많이 널려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AI의 전성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까요? 이것은 AI의 “학습 능력”이 얼마나 더 향상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복잡한 사회를 얼마나 더 효과적, 효율적으로 배워낼 수 있느냐에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가능성이 달려있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성공을 일궈내지 못하면, 예를들어, 아이폰의 Siri가 지금처럼 인간의 대화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계속해서 남아 있다면 다시 한번의 AI의 겨울이 찾아오게 될 지 모릅니다. 2020년까지 완벽한 수준의 무인자동차를 선보이겠다고 했던 구글 웨이모 (Waymo) 가 결론적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꾸준히 기사화 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능 (Autopilot) 의 사고 소식 뒤에는 이 뜨거운 AI의 호황을 서서히 몰아내고 추운 계절이 또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업계/학계 관련자들의 두려움이 숨어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매우 긍정적인 요소들도 많이 있습니다. 높은 시장성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는 만큼 전세계로부터 수많은 인재들이 머신러닝과 관련한 분야에 뛰어들고 있고 그들은 소위말해 청춘을 바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때문에 매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현재 AI의 “한계”를 넓히려 모두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를 기다리는건 또 한번의 “추운 겨울”일까요, 아니면 기존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또 다른 “특이점”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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