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간 해빙 무드를 암시하며 ‘판다 외교’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한 지 단 두 달 만에 분위기가 급변하는 모양새다.
16일 중국 기관지인 런민일보 계열인 환추시보는 판다 문제의 정치화 경계를 우려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임대 기간이 만료된 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의 인기 판다 가족 톈톈과 메이샹 부부와 새끼 샤오치지가 자국으로 반환된 것을 두고 미국 매체들이 “징벌적 외교”라고 비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A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주일 간 치러진 판다 가족과의 동물원 이별 행사엔 어린아이뿐 아니라 “귀여운 생명체가 떠나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많은 성인들이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환추시보는 “일부 미국인들이 판다를 중국의 대표 소프트파워로 여기고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미국은 판다에게 적합한 생활 여건과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온 판다 야야는 학대를 당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뒤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가 판다 링링과 싱싱을 선물로 보내면서 이후 판다는 미·중 간 우호적 관계의 상징으로 꼽혔다. 한때 미국 내 판다는 15마리까지 늘어났지만 임대 계약 종료로 현재 애틀랜타 동물원에 있는 4마리가 전부다. 이들 역시 올해 임대 기간이 종료돼 올해 말엔 ‘미·중 우호의 상징’이 미국 내 단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될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방문 당시 “판다는 오랫동안 중국과 미국 국민 사이에 우정의 사절이었다”며 “많은 이들이 판다가 돌아오길 고대한다는 걸 알게 된 만큼 미국과 계속 협력해 두 국민 간 우정을 강화하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역시 시 주석의 ‘판다 외교’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에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난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가 임대나 연장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당나라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외교 전통인 중국의 판다는 예전에 상대국에 선물로 줬지만 1980년대부터 반환과 멸종 위기에 처한 판다 보호를 위한 수수료 등 조건을 걸어 10년 단위로 임대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 역시 올해 중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중국 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에버랜드와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푸바오 반환 시기와 절차 등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소식통은 푸바오가 만 4세가 되는 올해 7월 20일 전에 반환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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