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킬체인과 표적처리
킬체인(Kill Chain)이란 말은 살상 또는 제거라는 의미의 ‘킬(Kill)’과 순환하는 고리를 의미하는 ‘체인(Chain)’을 조합한 단어이다. 말 그대로 적을 제거하기 위한 순환고리라는 뜻이다. 이를 좀더 풀어서 설명하면, 시간과 위치에 상관없이 고정된 표적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위치를 변화하는 표적을 무력화하기 위한 일련의 타격체계를 가리킨다. 즉 갑작스럽게 등장한 목표를 찾아내고 추적하여 이를 공격하고, 만약에 한 번의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면 또 다시 공격을 반복하여 목표를 완전히 파괴하는 군사작전이다.
이렇듯 표적처리는 어느 나라의 군대이고 육해공군과 구분없이 전략기획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표적처리 개념을 가장 잘 발전시킨 미군은 “합동교범 3-60 표적처리(Joint Publication 3-60 Targeting)”라는 문건까지 발간하여 반드시 합동군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표적이 다르면 처리 방법도 다르다
표적처리를 위해서는 우선 표적의 종류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표적은 크게 계획표적과 임기표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계획표적은 이미 표적처리 과정을 거쳐 사전에 타격이 계획된 표적을 가리키는 반면, 임기표적은 사전에 식별이 되지 못하여 표적처리 대상으로 반영되지 못한 표적이다. 이들 표적은 당연히 처리절차가 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표적처리 절차가 시작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목표하달이다. 지휘관이 명확하게 목표·지침·의도를 밝히는 것은 모든 전략/작전계획의 기반이 된다.
- 긴급표적처리가 바로 킬체인
긴급표적처리는 시한성 표적을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미군에서는 F2T2EA로 부르며, 우리에게 익숙한 명칭인 킬체인으로도 불린다. F2T2EA는 Find(탐지)-Fix(확인)-Track(추적)-Target(결심)-Engagement(교전)-Assessment(평가)의 준말로, 긴급표적처리 절차를 6단계로 세분화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F2T2EA는 존 보이드 대령의 OODA 루프를 표적처리 절차에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례대로 살펴보면 첫 단계인 탐지(Find)는 전장을 감시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다가 이상징후를 탐지하는 단계이다. 탐지단계는 그야말로 이상징후 여부를 드넓게 감시하는 것으로 정찰 위성 등 광역탐지수단을 활용한다. 특히 광역탐지 단계에서의 우주기반 상황인식은 킬체인의 시작점으로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
다섯번째는 교전(Engagement)이다. 여기서는 해당부대가 교전명령을 하달받은 후에 표적감시를 인계받고 표적까지 기동하여 정해진 무장을 투하하거나 발사하여 표적을 제거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번째는 평가(Assessment)이다. 적의 표적이 완전히 파괴되었는지 전투피해평가(Battle Damage Assessment, BDA)와 무기체계가 유효했는지 무장효과평가(Munitions Effectiveness Assessment, MEA)를 빠르게 실시한 후에 표적이 아직도 건재하다면 재 공격을 실시하여 네번째 조준이나 다섯번째 교전 단계에서부터 다시 교전을 시작한다. 만약 표적이 파괴되었다면 킬체인은 완료된다.
킬체인에서 중요한 것은 ISTAR
이렇게 킬체인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기체계가 필요하다. 통상 이러한 무기체계는 표적획득체계, 지휘통신체계, 타격체계의 3가지 체계로 구분될 수 있다. 이 3가지 체계는 각군이나 합동군 차원의 화력운용체계에 해당하며, 특히나 육군에서는 대화력전이 긴급타격체계와 유사하다. 이러한 화력운용체계의 특징은 이 중 단 한가지만 빠지더라도 전혀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킬체인이라고 하면 강력한 무기체계를 떠올리기 쉽다. 우리의 경우에도 기상의 여부와 관계없이 원거리를 타격할 수 있는 현무2 탄도탄이나 신속하고도 정밀하게 적 표적을 제거할 수 있는 F-35A나 KF-16과 F-15K 전투기의 정밀타격무장 등이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전구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군은 킬체인 작전을 홍보하면서 우리 군이 보유한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나 첨단 전투기에 의한 첨단 무장의 투발을 선전해 오고 있었다. 이러한 타격체계 위주의 홍보로 인하여 대중은 킬체인의 핵심을 강력한 타격무기체계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오히려 우수한 타격체계를 확보에만 집중하는 일은 킬체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행태이다. F2T2EA라는 킬체인의 절차에서 알 수 있듯이, 타격체계를 활용하는 교전절차는 6단계 가운데 1가지에 불과하며, Find-Fix-Track과 Assessement의 4단계가 ISTAR(Intelligence, Surveillance, Target Acquisition, Reconnaissance, 정보·감시·표적획득·정찰) 활동에 해당한다. 즉 ISTAR 활동이야말로 킬체인의 핵심능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계획표적처리에서는 사전에 충분한 ISTAR 활동으로 표적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공격할 수단을 치밀하게 계획한다. 계획표적처리의 ISTAR 활동은 길게는 수년간 축적해놓은 정보에서부터 적어도 수개월에서 수주의 정보수집이 가능하다. 그러나 킬체인에서 ISTAR에 소요되는 시간은 수 분에 불과하다. 즉 임기표적에 대한 충분한 정보분석으로 표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이후에, 다양한 ISTAR 무기체계를 배치하여 끊임없는 감시를 수행해야만 킬체인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시간이 관건인 킬체인에서 정찰위성, 무인기, 전장감시통제기 등 다양한 표적획득체계를 확보하고 이를 최신 지휘통제체계로 연결해야 성공적인 킬체인 작전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맥락에서의 킬체인과 선제타격
킬체인은 위의 설명과 같이 긴급표적처리절차를 가리키는 군사용어이다. 그러나 북핵 위협을 맞이한 대한민국에서 킬체인은 단순히 군사작전을 뛰어넘어 군사전략으로서 취급되고 있다. 이동식 미사일을 사용하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전술은 마치 걸프전에서 이라크군이 수행한 스커드 미사일 공격과 유사했다. 애초에 긴급표적처리라는 개념이 스커드 미사일처럼 짧은 시간 동안만 노출되는 시한성 임기표적을 제거하기 위하여 개발되었으므로, 당연히 대한민국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전략으로 2012년부터 킬체인을 내세우게 되었다.
- 킬체인의 미래
한편 킬체인 자체에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킬체인에도 적의 공격 임박시를 정확히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 판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적의 공격준비태세가 향상될수록 킬체인 수행시간을 단축시켜야만 하는데 그 단축에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도 킬체인의 수행절차인 F2T2EA의 각 단계를 수행하는 무기체계는 고성능·고가의 장비로 구성된다는 점도 커다란 단점이 된다. 만약에 이러한 무기체계가 적에 의해 무력화될 경우 킬체인의 순환고리가 끊기면서 작전의 전체그림이 완성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정찰위성이나 고고도 무인기가 무력화된다면 킬체인에서 아예 Find(탐지) 단계부터 기능할 수 없으므로, 이후의 모든 무기체계와 작전수행절차는 무용지물이 된다. 실제로 중국이나 러시아는 A2AD(반접근 지역거부) 능력으로 킬체인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으며, 북한도 이러한 전략을 흉내내고 있다.
저자소개
양욱 | 군사학 박사(군사전략)
해외에서 교육훈련과 보안업무를 수행해왔으며, 현재 국방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육군3사관학교 등에서 군사전략과 국방정책 등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WMD센터장, 국방로봇학회 대외협력부회장이자, 공군과 육군의 정책자문위원과 정부 평가위원으로 국방 및 안보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다. 본 연재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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