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기본 캘린더 (출처 : Microsoft)
윈도우 PC에 기본으로 탑재된 캘린더를 자주 사용했다면, 최근 캘린더를 실행할 때 상단에 출력되는 알림이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조만간 캘린더 앱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이며 관련 기능은 윈도우 기본 앱 ‘아웃룩(Outlook)’으로 옮긴다는 내용이다.
거의 안 쓰는 메일 앱 ‘아웃룩’ 최근 주목 늘어
MS 아웃룩 (출처 : Microsoft)
아웃룩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메일 및 캘린더 서비스다. 1996년에 만들어진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지만 아웃룩을 자주 사용한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프로그램이나 플러그인을 실행해야 쓸 수 있어 불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력 기능인 메일링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웃룩으로 메일을 보내면 내용이나 첨부파일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2012년에는 도메인을 변경하면서 사용자 메일 주소까지 바꾸는 통에 많은 사용자가 불편을 토로했다. 국내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네이버나 지메일(Gmail)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별다른 이슈도 없었다.
향후 캘린더 기능이 이관되면 일반 사용자는 평소 쓰지 않던 아웃룩을 실행해 일정을 관리할 처지에 놓였다. 그런데 아웃룩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너무 많은 기업과 공유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아웃룩 사용하면 수백 군데 회사에 개인정보 제공돼
1월 17일(현지시간)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소식을 전하는 미국 IT 매체 MS파워유저(MSPowerUser)는 비즈니스 메일링 서비스 기업 ‘프로톤(Proton)’의 주장을 인용해, 아웃룩을 사용하면 중요한 개인정보가 마이크로소프트 파트너사 수백 곳에 공유된다고 보도했다. 프로톤은 아웃룩이 타겟 광고를 위한 감시 도구로 전락했다며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세게 비판했다.
이 정보는 유럽연합(EU)이 시행한 개인정보 보호법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DPR)’으로 인해 드러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관련법에 따라 EU 지역 내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어떤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지 알려야 한다.
아웃룩을 처음 실행했을 때 나오는 안내 팝업 (출처 : Proton)
EU 국가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아웃룩에 가입하고 앱을 처음 실행하면 개인정보 수집·공유 안내 팝업이 나타난다. 팝업에는 아웃룩 앱을 통해 일부 개인정보가 수집되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정보를 772개 파트너사에 공유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수집하는 정보는 이메일, 연락처, 검색 기록, 위치 데이터로 알려졌다. 이 정보는 △제품 개발 및 개선 △광고와 콘텐츠 개인화 및 관측 △인사이트 분석 △정확한 위치 데이터 획득 △장치 스캔을 통한 사용자 식별에 사용된다.
GDPR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해당 내용을 고지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팝업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범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정보 공유 거부할 수 있지만 번거로워
개인정보가 수백 군데 공유된다는데 기분이 좋을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다행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웃룩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지 못하게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아웃룩에 새로 가입하는 사용자라면 앱을 처음 실행할 때 등장하는 팝업 창에서 ‘모두 거부(Reject all)’ 버튼을 눌러 개인정보 공유를 거부할 수 있다. 아웃룩을 사용하면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까지는 막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웃룩 광고 설정 화면 (출처 : Proton)
기존 아웃룩 사용자는 앱을 실행해도 이 팝업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기본으로 개인정보 공유를 허용하도록 설정된 상태다. 이 경우 사용자가 직접 아웃룩 환경설정에 들어가 개인정보 공유 옵션을 비활성화해야 한다. [설정] > [일반] > [광고 설정] 항목에 들어가면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스위치가 파트너사마다 하나씩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가 모든 파트너사에 제공되지 않게 하려면 772개나 되는 스위치를 일일이 꺼야 한다. 프로톤은 사용자가 지쳐서 개인정보 공유 거부를 포기하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러 절차를 번거롭게 만들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아웃룩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료로 서비스하는 앱이다 보니 개인정보를 공유하거나 광고를 띄우는 등 다른 수익화 전략을 꾀할 만하다. 다른 앱도 예외는 아닐 테다. 개인정보 공유를 최소화하려면 번거롭더라도 아웃룩 이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비스하는 다른 무료 앱이나 윈도우 기본 프로그램에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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