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아크 로열 함(HMS Ark Royal)은 영국 해군의 경항공모함으로, 인빈서블(Invincible)급 항공모함의 3번함이자 최종함이다. 자매함인 인빈서블 함(HMS Invincible: 1980~2005년 활동)과 일러스트리어스 함(HMS Illustrious: 1982~2014년 활동)의 뒤를 이어 1985년 실전 배치되었다가 2011년에 퇴역했다. 영국 해군의 기함 역할도 수행했다.
단거리로 이륙하고 수직으로 착륙하는 STOVL(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 항공기인 해리어(Harrier)기의 해군 버전인 시 해리어(Sea Harrier)와 시 킹(Sea King) HAS.1 대잠 헬리콥터 등을 탑재해 대잠 항공 수색 및 공격 능력을 갖췄다. 만재배수량이 2만 2,000톤으로 크지 않음에도 시 해리어와 여러 종류의 헬기를 싣고 효과적인 공격력과 다양한 작전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크 로열 함을 포함한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은 창의적인 무기체계로 평가받는다. 영국이 1970년대 초반 경제 사정으로 항공모함을 포함한 고비용의 대형 군항공모함을 발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헬기 모함을 거쳐 STOVL기를 운용하는 경항공모함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으로 개발되었다. 기술적 아이디어와 전술적 필요성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항공모함을 창의적으로 개발했다는 데 무기사적(武器史的) 의의가 있다.
영국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뒤 1951~1978년 만재 배수량 5만 3,000톤의 어데이셔스(Audacious)급 항공모함 2척과 1953~1984년 2만 8,700톤의 센토어(Centaur)급 항공모함 4척을 운영했다. 두 종류 모두 고정익 제트 전투기를 함재기로 운용했다. 함재기가 캐터펄트(catapult)의 도움을 받아 이륙하고, 착륙할 때는 어레스팅 기어(arresting gear)에 잡혀 착륙 거리를 줄이는 CATOBAR(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을 사용했다. 현재 미국의 니미츠(Nimitz)급과 제럴드 포드(Gerald Ford)급 항공모함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영국은 1966년 재정 문제로 CVA-01급 차기 항모 건조 계획을 취소하고 고정익 함재기 운용을 일단 포기했다.
- 특징
우여곡절 끝에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 1번함인 인빈서블 함(HMS Invincible))을 개발한 영국 해군은 이 함을 실전배치하기 3개월 전인 1980년 4월 짧은 함선 활주로에서도 이착륙할 수 있는 고정익 전투기인 시 해리어(Sea Harrier) FRS를 마침내 도입했다. 시 해리어 FRS는 영국 공군의 수직이착륙(VTOL) 전투기인 호커 시들리 해리어(Hawker Siddeley Harrier)를 해군용으로 개량한 것이다.
함에서 시 해리어를 운용할 수 있도록 길이 170m의 데크 끝부분에 스키점프대가 설치되었다. 이로써 세계 최초로 스키점프대 활주로를 갖추고어 고정익 함재기가 단거리로 이륙하고, 수직으로 착륙하는 STOVL 방식의 경항공모함이 새롭게 탄생했다. 이는 아크 로열 함을 포함한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고정익 함재기가 STOVL 방식으로 이착륙하는 항공모함은 인빈서블급이 현재까지 유일하다.
인빈서블급 항공모함은 스키점프대를 설치한 옛 소련 해군의 키예프(Kiev)급 항공모함과 함께 현대 경항공모함의 선구자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러시아와 중국이 운용하는 항공모함은 함재기가 스키점프발사대를 이용해 단거리로 이륙하고 착륙할 때는 어레스팅 기어의 도움을 받는 STOBAR(Short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과 다르다.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이라도 스키점프발사대의 각도가 조금씩 다르다. 인빈서블 함이 7도인데 비해 후속함인 아크 로열 함은 12도로 더욱 가파르게 발전했다. 운용 경험을 반영한 결과다. 아크 로열 함은 동급 1, 2번함에서 시험하고 축적한 STOVL 기술을 최종적으로 적용한 인빈서블급 경항공모함의 결정체다.
- 운용 현황
- 변형 및 파생형
아크 로열 함을 비롯한 인빈서블급 항공모함은 해외 수출용 버전이 개발될 뻔했다. 건조 중이던 시절부터 외국 구매자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 이전인 팔라비 왕정 시절인 1970년대 중반, 당시 건조 중이던 인빈서블급 항공모함에 관심을 보여 3척의 인빈서블급 항공모함과 25대의 해리어기도 구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란 해군이 항공모함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1976년 주문이 취소되었다.
1981년 영국 국방백서는 인빈서블급 항공모함이 소요보다 잉여 상태라고 판단해 항공모함의 수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주 해군의 노후 항모인 멜버른 함(HMAS Melbourne) 대체용으로 이미 실전배치된 인빈서블 함이나 건조 중이던 아크 로열 함의 판매를 타진하기로 했다. 호주 해군은 인빈서블급 항공모함을 대체용으로 검토하다가 일단 백지화했지만 영국 측이 1억 7,500만 달러라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자 1982년 2월 구입 의사가 있다고 발표했다. 처음에는 헬기모함으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시 해리어가 개발되면서 이것까지 구매해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포클랜드 전쟁의 결과 영국은 해군에 경항공모함이 3척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1982년 7월 판매 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포클랜드 전쟁은 아크 로열 함이 개선된 방어무기체계를 갖추고 탄생하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아크 로열 함의 운명 자체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셈이다. 무기체계는 탄생도, 퇴장도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제원
– 제작: 영국 타인 앤 위어(Tyne and Wear) 주 소재 스완 헌터(Swan Hunter) 사 조선소
– 기공: 1978년 12월 14일
– 진수: 1981년 6월 2일
– 취역: 1985년 11월 1일
– 퇴역: 2011년 3월 11일
– 만재배수량: 2만 2,000톤
– 전장: 209m
– 선폭: 36m
– 흘수: 8m
– 추진기관:
└ 4 × 롤스로이스(Rolls-Royce) 올림퍼스(Olympus) TM3B 가스터빈(9만 7,000마력)
└ 8 × 팩스먼 발렌타(Paxman Valenta) 디젤발전기
– 최고속력: 30노트(시속 55.56㎞) 이상
– 항속거리: 5,000해리(9,260㎞, 순항속도인 18노트(시속 33.33㎞)로 항해 시 기준)
– 무장:
└ 3 × 팰랭크스 CIWS(close-in weapon system: 근접방어시스템) 3문
└ 2 × GAM-B01(스웨덴산 에리콘 20mm 기관포의 영국 제조 버전) 20㎜ 대공기관포
– 함재기: 해리어 GR.7/9 12대에 시 킹 ASaC 헬기나 아구스타웨스트랜드(AgustaWestland) AW101 멀린(Merlin) 헬기 10대 또는 해리어 GR.7/9 18대, 시 킹 ASaC 헬기나 아구스타웨스트랜드 AW101 멀린 헬기 4대
저자 소개
채수윤
영국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옥스퍼드대와 베이징대를 오가며 현대 중국학을 연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발칸 지역을 비롯한 동유럽의 분쟁사와 대외 관계사,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 중국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중세와 근대, 현대의 분쟁사와 무기체계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유용원의 군사세계CP-2023-023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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