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25일·삼성전자 31일 실적발표 때 언급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반등 기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감산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DDR5,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양사는 시장 선점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감산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각각 작년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을 열어 작년 실적과 올해 전망 등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감산 기조 변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했고, 삼성전자도 작년 4월 감산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D램은 25%, 낸드는 45%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반도체 수요가 일부 회복세를 보이면서 D램과 낸드도 가격 하락세를 멈춘 상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5개 분기 만에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D램은 최근 시황 개선 조짐이 보여 수요가 많은 제품은 당연히 최대한 생산하고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해나갈 것”이라며 “1분기에 (감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감산 기조 수정을 시사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감산 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진만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 총괄 부사장은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다른 공급사들이 HBM을 열심히 해서 우리도 긴장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HBM의 설비투자(캐펙스·CAPEX)를 2.5배 이상으로 늘린다고 했고 내년에도 그 정도 수준이 되지 않겠나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작년 4분기부터 고객사의 재고 감소 속에 전 분기 대비 15% 이상 상승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2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고정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는 18∼23% 상승할 전망이다. 가동률 상승과 재고 비축 노력으로 D램과 낸드 모두 2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3∼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는 전통적인 성수기로, 북미 클라우드(CSP) 업체들의 재고 비축 노력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공급업체가 가동률을 100% 이하로 유지할 경우 D램과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8∼13%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랜드포스는 공급업체가 생산량 조절 전략, 즉 감산 정책을 유지할 경우 4분기까지 가격 랠리(상승)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D램 생산라인을 풀가동해도 D램 생산능력은 2022년 최대 생산능력의 80% 미만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감산을 줄여도 D램과 낸드의 공급 부족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낸드의 경우 당분간 보수적인 감산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곽노정 사장은 “낸드는 상대적으로 개선 속도가 느리지만 최악 상황은 벗어나는 것 같은데, 역시 시황을 보면서 제품별로 차등을 두는 쪽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낸드는 2분기나 3분기 등 중반기가 지나 시장 상황을 보면서 같은 원칙을 갖고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연구원은 “낸드는 보수적 감산 정책이 적어도 4분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낸드의 경우 출하가 증가할수록 적자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낸드 제품에 대해 저가 판매를 축소하고 당분간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감산 기조 변화를 공식화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부터 이어지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정상적 상승 사이클에서의 수요자 주도 상승이 아닌 감산을 통한 공급자 주도 상승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상승 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수요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굳이 감산 전략에 변화를 준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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