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대통령실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초유의 사태로 여권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위기 돌파 해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는 총선 필패’라는 게 중론이다.
한동훈 “사퇴 요구 거절” 굳건
한 위원장은 22일 전날 대통령실 사퇴 요구에 대한 ‘거절’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 만난 취재진이 ‘사퇴 요구가 대통령실의 과도한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 저는 그 과정에 대해선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갈등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지목된 것을 두고는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대신 “4월 10일 총선이 국민과 이 나라의 미래 위해서 정말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부족하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명분을 분명히 했다.
여당 의원들 “한동훈 몰아낼 방법 없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전격적인 파열음을 두고 ‘정치쇼’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잘 아는 그리고 한동훈 비대위원장 잘 아는 모 인사가 저한테 이야기 하기를, 이관섭 실장을 보냈다는 의미는 저거는 약속대련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원래 약속대련일수록 메시지가 세다”며 “기본적으로 약속대련이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사퇴 요구와 한 위원장의 거부를 ‘실제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인재영입식 후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과 면담을 가진 뒤 만난 기자들에게 “이 위원장은 제 스태프(직원)”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복심’인 이 위원장과 자신의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실과의 거리를 명백히 한 것이다.
당내 의원들 중에는 한 위원장이 가진 명분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많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날 <아이뉴스24>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싸움은 ‘한동훈의 의지’가 결정할 문제다. 비대위원장 몰아낼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다른 당 핵심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명분은 한 위원장이 들고 있다. 친윤이라는 분들이 더 이상 공개 발언을 하거나 비난을 안 하면 이 상태에서 묻고 갈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건 맞다”면서도 “한 위원장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갈등 봉합”이라며 한 위원장을 두둔했다.
한 위원장의 ‘명분’은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다. 한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김 여사의 사과 등을 요구한 바는 없다. 그러나 비대위원인 김경율 회계사가 공론화를 시작해 당내 중진과 초선 도전 후보들 사이에 번지면서 민심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 후임 비대위원장을 물색하겠다는 건 선거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다만 “한 위원장이 이대로 의지를 꺾어 대통령실의 주파수에 맞춘다면 일시적으로 갈등이 봉합될지는 모르나, 그렇게 되면 ‘한동훈의 정치 인생’은 그걸로 끝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사 리스크 덮고 ‘원팀’ 목소리가 답”
‘위기 돌파론’ 측면에서는 한 위원장이 명분을 꺾어야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정욱 정치평론가(변호사)는 통화에서 “더 이상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당에서 문제 삼는 일은 끝내고 비대위가 윤석열 정부와 원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문에 흔들려 이런 식으로 분열되면 공멸하는 것”이라며 “당정이 하나 돼 선거를 치러야 중도 확장에 성공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갈등 봉합의 시도로 보이는 조짐도 감지됐다. 우선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위원이 몸을 낮췄다. 그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18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정치공작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당내 TK(대구·경북)의 시각이다’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거친 언행으로 여러모로 불편함을 드렸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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