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길 떠도는 생활이 고됐는지 쉴 곳을 찾아 가게에 제 발로 들어온 아기 고양이를 받아준 집사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준다.
사연의 주인공은 현재 5살로 추정되는 암컷 고양이 ‘필자’다. 통통하게 오른 몸집에 뒹굴거리는 모습이 그저 행복한 집고양이 같지만 사실 이 녀석은 새끼 시절 혼자 길을 떠돌던 아이였다.
때는 2019년 10월 27일, 제주도에서 글쓰기 작업실을 운영하던 보호자는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이했다.
작은 길고양이가 가게 문 안으로 들어오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작업실로 후다닥 뛰어 들어온 것. 이것이 바로 필자와 보호자의 첫 만남이었단다.
녀석은 보호자와 같이 있던 손님에게 무턱대고 야옹거리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는데. 이어 방향을 틀어 보호자의 옷을 잡고 무릎 위로 타고 올라오려고 하자 보호자는 그야말로 ‘멘붕’이 터져버렸다.
손님과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예정에 없던 고양이까지 같이 수업을 듣게 됐다고. 수업이 끝나고 문을 열어도 녀석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는데.
일단 보호자는 고양이를 쉬게 해줄 생각으로 바구니에 푹신한 담요를 깔아줬다. 그러자 녀석은 곧바로 바구니에 쏙 들어가 눕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바구니가 마음에 쏙 들었는지 꾹꾹이, 쭙쭙이를 하며 담요의 촉감을 즐기는 녀석. 그동안 딱딱하고 바람 한 점 피할 곳 없는 길바닥에서 지내면서 피곤했는지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짠해진 보호자는 절로 ‘길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생각이 들었다고. 결국 보호자는 녀석을 보살펴주며 입양자가 생길 때까지 임시 보호하기로 결심했단다.
보호자는 본지와 연락에서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왠지 모를 운명(?) 같은 게 느껴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입양을 보내기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항상 이런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병원에 데려가 접종도 시키며 함께 지낸 지 열흘이 지나자 녀석을 떠나보낼 수 없게 된 보호자는 그동안 불러왔던 ‘신(원)미(상)’이라는 대신 ‘필자’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평생 함께할 반려묘로 받아들이게 됐다.
사실 보호자는 필자를 만나기 전까지 여러 가지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데.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도 좋지 않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 있었다는 보호자.
하지만 필자가 들어온 뒤로 수시로 밥을 주고 놀아주며 활력을 되찾았다고. 심지어 녀석의 ‘맛동산'(대변을 뜻함)을 캐며 후각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유쾌한(?) 경험도 했단다.
“사실 필자가 들어왔을 때 본가에 있는 레오가 많이 생각났어요.”
‘레오’는 보호자가 본가에서 부모님과 지낼 때 함께 살았던 강아지다. 2019년 당시 15살 나이의 노견이었는데 제주도로 독립한 후 자주 보지 못해 죄책감이 있었다고. 그래서 필자를 입양하기까지도 망설임이 많았단다.
하지만 마땅한 입양자도 없었고, 처음 가게에 들어왔던 당시 허피스에 걸린 채 도와달라는 듯 매달리던 필자를 모른척할 수 없었다고. 덕분에 건강한 집고양이로 무럭무럭 자랐단다.
당시 자신을 책임져 줄 인간을 찾아낸 안목이 어디 가지 않았는지, 지금도 탁월한 눈썰미와 기억력을 자랑한다는 녀석. 보호자는 “필자가 병원 갔던 날을 기억하고 그날 제가 입었던 옷을 다시 입으면 침대 밑에 숨거나, 그때 줬던 트릿은 한 달 넘게 입에도 대지 않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저 필자가 오래오래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다”며 훈훈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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