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비록 탈락은 확정됐지만, 아시아 최고 수준 팀과의 경기에서 경험이라는 큰 자산을 반드시 얻겠다고 다짐한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말레이시아는 2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최종전을 치른다.
주요 베팅 업체는 한국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한다. 배당률에서 큰 차이가 난다. ‘벳365(BET365)’는 한국 승리에 1.13배, 무승부 8.50배, 패배에 무려 23.00배로 예상했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었던 김 감독에게도 조국을 상대하는 것은 큰 도전이다. 이미 홍콩 대표팀 감독 시절 한국을 상대한 경험이 있지만, 아시안컵이라면 또 다르다.
2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김 감독의 계획은 확실했다. 그는 “한국의 수준을 알기에 부담이 더 크지만, 중요하지 않다. 개인적인 부담은 별개다. 말레이시아 감독으로 강하고 굳건하게 싸워내고 싶다. 말레이시아 모두에게도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라며 절대로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을 ‘거인’으로 규정하며 경기 자체가 큰 자산이 될 것이라 강조한 김 감독이다. 아시안컵은 끝나지만, 오는 3월 예정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으로 연결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D조에서 오만(승점 3점), 키르기스스탄(3점), 대만(0점)과 묶여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홈에서 기적의 4-3 승리를 거뒀고 대만 원정에서 1-0으로 이겨 1위를 달리고 있다.
요르단에 0-4로 패했던 말레이시아는 바레인에는 두 줄 수비를 끈끈하게 해내며 후반 45분까지 잘 버텼지만, 종료 직전 극장골을 내주며 0-1로 아깝게 졌다. 바레인전에서는 마냥 수비만 한 것이 아니라 공격도 적절히 했다는 점에서 승점을 나눠 가질 자격이 있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국과는 무려 35년 만의 만남이 성사됐다. 1989년 6월 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1차 예선이 마지막 겨루기였다. 당시 황선홍, 조민국, 황보관의 골로 3-0으로 승리했다. 역대 전적에서 26승12무8패로 우세다. 1985년 3월 열렸던 1986 멕시코 월드컵 1차 예선 원정 경기 0-1 패배 이후 내리 4연승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지만, 경기에 담긴 의미는 한가득이다. 말레이시아는 최근 자국 리그가 성장 중이다. 특히 조호르 다룰 탁짐의 경우 막대한 투자로 국가대표급 팀으로 성장했다.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도 자주 나섰고 포항 스틸러스에는 2021년 만나 2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경기 자체는 쉽지 않았다. 포항은 그해 결승까지 진출했고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 0-2로 아깝게 패하며 준우승했다.
특히 울산 현대와 2022, 2023년 연속으로 만나 3승1패로 우세했다. 당시 경기에서는 현재 한국 대표팀 구성원인 조현우 골키퍼부터 김영권, 김태환, 설영우, 정승현 등이 모두 출전했다. 조호르의 빠른 공수 전환에 당황하며 무너졌다. 홈에서 거둔 승리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표팀도 조호르 소속 선수들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골키퍼 시한 하즈미, 수비수 매튜 데이비스, 미드필더 로렌스 코르빈 옹, 아리프 아이만, 아피프 파자일 등이 포지션마다 붙어 있다. 교체 카드로 등장하는 선수 대부분도 조호르 소속이다. 요르단전 선발 6명, 바레인전 5명이 조호르에서 호흡했다.
이들은 한국 축구에 어느 정도 면역력을 키웠다. 승리로 한국 팀에 대한 공포감도 지웠다. 대표팀에도 같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선수층에서 차이가 있어도 경기는 11명이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말레이시아전에서 선수단 이원화를 할 경우 울산 소속 수비진 중에서는 1, 2차전을 거른 김영권 중심으로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주성(FC서울) 등이 짝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영권을 상대했던 경험 자체가 자산이라는 점에서 절대 쉬운 경기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먼저 경기를 치른 일본 역시 16강을 염두에 두고 일부 선수에게 휴식을 주며 인도네시아에 전반 시작부터 비디오 판독(VAR)에 의한 페널티킥을 얻어 성공하며 손쉽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수비를 쉽게 공략하지 못하며 두 번째 골을 얻기까지 쉽지 않은 경기를 했다. 한국이라고 말레이시아에 같은 연습을 연출하지 말란 법도 없다.
김 감독은 용기 있게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기조는 선수단에도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 16강전을 고민하며 경고 누적이나 부상을 걱정하는 한국의 심리를 정확하게 찌를 가능성이 있다. 바레인, 요르단 이상으로 빡빡하게 맞설 말레이시아, 그중에서도 조호르 출신자들의 기를 눌러줘야 할 클린스만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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