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작년 12월 11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탑승에 앞서 환송객에 인사하고 있다. 성남=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서정은·박상현·신현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에서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사천(私薦) 논란’과 ‘김건희 리스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당의 시스템 공천 원칙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대통령실의 문제제기를 받은 ‘사천 논란’은 당사자인 김경율 비대위원이 직접 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고,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서천 화재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대면하며 ‘화해 모드’를 조성한 후 실질적인 ‘갈등 봉합’ 방안을 각각 실천에 옮기는 모양새다.
25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중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기자들과의 김치찌개 오찬 방안 등에 이어 이번엔 KBS 등 방송사와 대담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2월엔 설 연휴까지 있는 만큼 조만간 시기나 방식을 놓고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및 대담 가능성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한 쪽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여러 안을 모두 살펴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참모진으로부터 여러 의견을 들어온 만큼 어떻게 할지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 대통령이 특정 방송사와 대담을 하는 가능성이 가장 높게 거론된다. 특정 언론사와의 대담을 통해 국정 운영이나 민생 관련 정책을 심도 깊게 언급하다 자연스럽게 김 여사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임명 등 보완 장치도 언급해 국민들의 양해를 구할 전망이다.
여러 기자들로부터 현장 질답을 받는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내에 부담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집중도가 김 여사 논란에만 쏠려 정책 등 주요 현안들이 묻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밖에 기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끓여주는 오찬도 제기됐으나, 일방 소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든 언급하고 넘어가야한다는데는 공감대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몰카’, ‘기획공작’이라는 방어 논리만으론 국민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여론결과에서도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포옹하며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 |
표면적으로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알려진 한 위원장의 ‘사천 논란’은 공천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흐름이다. 사천 논란은 김성동 전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오랫동안 지역활동을 해오며 출마를 준비 중인 지역에 한 위원장이 김 비대위원의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김 전 위원장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김 비대위원은 최근 김 전 위원장에게 문자메시지로 “결례를 범했다”고 사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비대위원은 문자메시지에 “당의 시스템을 몰라서 결례를 범해 결과적으로 미안하다”며 “당협위원장 입장에서 화가 날 수 있다. 곧 한번 찾아뵙겠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출마 지지가 ‘불공정’한 경선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해온 김 전 위원장도 더 이상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삼가는 분위기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중 마포을 지역구에 예비후보를 등록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서 “이 지역(마포을) 당협위원장이 검색해 보면 예비후보로 등록이 안 돼 있었다”며 “안 돼 있어서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받아들였다”고 말한 바 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