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오찬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엿새 만에 다시 만났다. 함께 있었던 시간만 2시간 37분이다. 총선 민심의 가늠자가 될 설 연휴와 다음날 1일 국회 본회의를 앞둔 만남이다. 당·정 조율이 필요한 ‘정치 현안’을 놓고 교통정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회동은 대통령실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서천 방문 이틀 뒤인 지난 25일 한오섭 수석이 한 위원장 측에 만남을 타진한 뒤 한 위원장이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추진을 지시하면서 성사됐다고 여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통상 매주 월요일 낮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을 해왔다.
통상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 후엔 당에서 결과를 소개했지만, 이날은 대통령실도 이도운 홍보수석의 서면 브리핑과 관계자 브리핑을 통해 별도로 회동 내용을 설명하는 등 회동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오찬과 차담을 합해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2시간 37분이었다.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윤 대통령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나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와 차례로 악수하며 “수고 많습니다”라고 인사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참석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은 직후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이 방은 처음이신가요”라고 물었고, 한 위원장은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러면 이쪽으로 와보십시오”라며 한 위원장을 창문 쪽으로 데려갔다. 윤 대통령은 창문 밖에 보이는 용산어린이정원, 드래곤힐 호텔, 분수 등 대통령실 주변 경관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다시 원탁으로 돌아와서는 중식을 메뉴로 한 오찬이 시작됐다. 주택 문제, 철도 지하화 등 민생 관련 대화가 이어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식사가 끝나고 “시간이 많이 됐죠?”라는 윤 대통령의 말에 한 위원장은 “2시쯤 됐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 집무실에 가서 차 한잔 더 하고 갑시다”라고 제안했고, 차담은 37분간 추가로 진행됐다.
이날 만남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며 손을 잡은 이후 엿새 만이다.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 발표와 관련한 ‘사천’(私薦)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입장차 등으로 촉발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국면이 서천 만남으로 화해 모드로 전환됐고, 두번째 만남으로 종지부를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김 여사 논란 해법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관련 언급, 총선 공천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한 정치 현안보다는, 민생과 경제 등 국정을 놓고 소통하는 당정 협의 차원의 만남이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생 위주로 이야기했다”며 “독대도 아니었고, 서로 공감대가 확실한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다루는 게 맞는 자리”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도 “오늘은 민생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고 답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 관련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측이 공개하지 않았을 뿐 회동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김 여사 논란 등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천 화재 현장 방문을 마친 뒤 서울행 열차를 함께 타고 돌아오면서도 총선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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