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를 국회에 요구했다. 취임 후 다섯 번째 법률안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이 오늘 오전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즉각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별법 국회 통과 후 관계 부처와 각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다섯 번째다. 여기에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 거부권 논란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만큼 이번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쌍특검법은 아직 국회에서 재표결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이 법안이 야당이 그간의 관행을 깨고 일방 처리를 한 데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야당 편향적으로 꾸려질 수 있다는 점을 큰 문제로 보고 있다. 그간 조사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온 관행을 철저히 무시하고, 상임위부터 본회의까지 모두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야권 추천이 7명, 여당 추천이 4명인 특별조사위원회의 공정성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를 통해 참사 원인과 대응, 구조, 수습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밝혔고, 현재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지난 9일 야당 단독으로 통과돼 정부에 이송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그간 검경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특조위 구성을 두고도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면서 “이 법안은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자신의 아내의 의혹을 덮는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한 사건의 진실마저 가로막으려 하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거부권”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다만, 거부권 행사와는 별개로 ’10·29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유가족 협의를 거쳐 범정부적으로 수립하기로 했다. 유가족 등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더불어 희생자에 대한 예우와 온전한 추모를 위한 방안이 담긴다.
참사 이후 생계 유지 등에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의료비, 간병비 확대, 심리안정 프로그램, 이태원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다.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추모시설 마련도 추진한다. 국무총리 직속의 ’10·29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지원 종합대책과 세부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을 거쳐 폐기 수순을 밟는다. 윤 대통령은 앞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방송3법 개정안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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