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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새해 들어 미래 주도산업으로 급부상 중인 인공지능(AI)으로 빠른 속도로 몰리고 있는 모양새다. 올 1월 월간 해외 주식 순매수액 1위 종목에 AI 대표주로 떠오른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이름을 올리면서다. MS가 해당 순위 최상위를 차지한 것은 무려 4년 4개월 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30일(현지시간) MS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AI 사업 부문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AI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냄으로써 그동안 보여줬던 주가 급등세가 단순 기대감이 아니라 실질적 결과물에 따른 것이란 점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이달 1~30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1위 종목은 2억7488만달러(약 3655억원)를 기록한 MS였다. MS가 월간 순매수액 1위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2019년 9월 이후 52개월 만의 일이다.
새해 들어 MS에 대해 서학개미의 투심이 몰린 이유는 미국 뉴욕증시를 휩쓴 ‘AI 투자 붐’의 대표주로 꼽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생성형 AI 챗봇 ‘챗(Chat)GPT’를 개발한 오픈AI가 출시한 애플리케이션 장터 ‘GPT 스토어’에 증권가가 주목했는데, 오픈AI 지분의 49%가량을 MS가 소유했다는 점이 MS 주가엔 호재로 작용했다.
30일(미 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MS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28% 하락한 408.59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10.17%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64.88%나 오른 수준이다. 시총 역시 3조367억달러(약 4039조원)로 시총 2위 애플(2조9075억달러, 약 3867조원)과 격차를 더 벌리며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
MS 주가는 지난 29일(미 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는 409.72달러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0일(미 현지시간) MS가 발표한 작년 4분기(10~12월) 실적의 결과를 통해 AI 사업 부문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MS 주가의 흐름에 정당성이 부여됐고, 향후 지속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확인했다는 평가가 미 월가에선 지배적이다.
MS는 작년 4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각각 620억2000만달러(약 82조4866억원)와 2.93달러(약 3896원)로 모두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611억2000만달러(약 81조2896억원), 2.78달러(약 3697원)를 웃돌았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했고, 총이익도 33%(164억3000만→218억7000만달러) 늘었다.
시장이 가장 주목했던 AI 관련 사업부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의 매출은 258억8000만달러(약 34조420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0%나 늘었다. 시장 예상치였던 252억9000만달러(약 33조6357억원)보다 2.3% 상회한 수준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만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LSEG 전망치인 27.7%를 뛰어넘어 30%에 달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AI 기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준을 넘어서 AI 기술을 주어진 현실에 적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면서 “MS가 제공하는 모든 수준의 서비스에 AI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고객을 추가 확보하고 생산성을 향상함으로써 새로운 이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선 실적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데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대기 심리 탓에 종가 대비 2.71%나 하락한 397.50달러로 400달러 선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호실적에 따른 향후 방향성에 대한 기대감에 일부 매수세가 유입되며 약보합세(-0.74%, 미 현지시간 30일 오후 7시 현재)를 보이고 있다.
미 증시를 주도하는 대형 기술주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 중에서도 AI 대표주로 꼽히는 MS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미 증시 AI 관련주를 향한 서학개매들의 투자 행렬에도 속도가 더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6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 상의 해외 주식 종목별 보관액을 살펴 본 결과 AI 관련 종목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보관액은 지난 6개월간 35.8%(39억7411만→53억9616만달러)나 증가했다. 순위 역시 AI 기술 개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애플(54억2195만→49억3929만달러, -8.9%)을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이 밖에도 MS(24억7941만→31억7995만달러, +28.3%),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21억3823만→21억9312만달러, +2.6%) 등 AI 기술 개발의 중심에 선 기업들의 주식 보관액이 증가세를 보였다.
대표적으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MS에 대한 투자의견은 총 52명 중 42명(80.8%)이 ‘매수(Buy)’, 6명(11.5%)이 ‘비중확대(Overweight)’ 의견을 제시했다. 10명 중 9명이 넘는 전문가가 MS 주식에 대한 매수를 권하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조정장과 같은 속도 조절은 불가피한 상황일지 모르지만, AI 산업에 대한 수요 폭증과 함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피벗(pivot, 금리 인하)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론 AI 관련주의 경우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단기적으로 AI 투자 붐이 서학개미들 사이에 이어질지 여부는 미 FOMC의 결과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특성상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기대보다 늦출 경우 투심이 빠르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연초 급등세를 보인 AI 관련주의 경우 짧게라도 조정장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자산운용의 브렌트 슈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많은 투자자가 연착륙과 동시에 빠른 속도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나, “연준이 경제가 강한 상황에서 시장 가격에 반영된 만큼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1.4%를 기록했다.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58.3%에 달했다. 이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전날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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