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알 와크라(카타르), 박대성 기자]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그래도 답답하던 클린스만호의 혈을 뚫어준 요소 중 하나는 분명 양현준(셀틱)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를 2-1로 꺾었다. 0-1로 패색이 짙었지만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연장 전반 손흥민의 역전 프리킥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를 만나 1-2로 패해 통한의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한국은 9년 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패색이 짙었지만 벼랑 끝에서 손흥민이 살아나면서 기적을 또 썼다.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베스트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호주에 비해 16강과 8강의 기간 차이가 짧고,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도 120분 연장 혈투에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한 상황이었지만 베스트 일레븐을 자신있게 꺼내들었다.
한국은 시종일관 호주를 지배했다. 불리한 체력 이슈로 한국이 소극적으로 풀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대표팀은 호주에 달려들었다. 호주는 오히려 후방에 수비수를 많이 두면서 한국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호주는 선수단 전체 힘과 높이를 갖추고 있어 수비벽을 형성하니 한국이 아무리 볼을 점유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한국은 전반에만 334개의 패스를 했다. 성공률도 85%에 달했다. 반대로 호주는 136개의 패스에 그쳤다. 그런데 슈팅수는 정반대였다. 호주가 한국의 실수를 틈타 빠른 역습으로 마무리하는데 힘이 강했다. 한국이 볼만 돌리면서 기회를 만들지 못해 전반 내내 하나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반면 호주는 6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을 만들어냈다.
전반 막바지 수비 진영에서 황인범이 잘못 패스한 게 치명적이었다. 위험지역에서 바로 호주의 역습이 시작됐고, 방향을 크게 바꾸는 크로스 2번에 문전에 있던 한국 수비진들은 허수아비가 됐다. 호주의 각이 큰 크로스를 쳐다만 봤고 굿윈이 논스톱 슈팅을 하는 것도 제어하지 못했다.
후반은 한국이 올라와야 했다. 전반에 비해서는 슈팅 시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호주는 그에 맞춰 더욱 내려섰다. 높이에 자신이 있었다. 한국에 측면을 열어줘도 문전에서 막을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 실제로 한국은 높낮이를 달리하고 컷백까지 시도했지만 호주 수비를 뚫지 못했다.
후반 막바지까지 선수 교체를 통해 호주를 몰아쳤다. 그러나 1골이 부족했다. 위기의 순간 뜻밖의 카드가 나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40분 주전 라이트백 김태환(전북 현대)을 빼고 양현준을 넣었다. 양현준의 자리는 오른쪽 풀백이었다. 주 포지션이 아니다. 양현준은 드리블이 좋은 윙어다. 공격성이 좋은 양현준인데 측면에서 공격 지원이 급하니 임시방편으로 꺼냈다.
양현준이 활기를 불어넣었다. 익숙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양현준은 특유의 드리블 기술을 앞세워 호주를 위협했다. 양현준도 과감하게 파고들면서 점차 자신감을 가졌다. 상대 문전, 수비 앞에서도 드리블을 시도하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선보였다.
양현준이 클린스만호의 속도를 바꿔놓았다. 양현준은 그동안 벤치에 앉는 시간이 더 길었다. 대회 초반에는 몸상태 문제로 면단 제외되기도 했다. 사실 양현준은 깜짝 발탁 의미가 컸다. 최종명단 숫자가 늘어나면서 클린스만 감독이 미래를 보고 데려온 자원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할 때 등장해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렸다. 양현준이 오른쪽 공수에 걸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풀백 문제가 커지던 클린스만호에 새로운 가능성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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