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손흥민은 말했지만, 9년 전 그날과 오늘(3일)의 경기를 견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2015년 1월 31일, 대한민국은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서 호주를 만났다. 전반에 선취점을 내어주고, 후반 종료 직전 손흥민이 동점골을 넣었으나 연장 전반 15분에 다시 호주의 공격을 허용하며 1-2로 패배. 풀타임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 위에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었다.
9년이 흘러 2024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렸다. 2월3일 오전 0시 대한민국은 다시 호주와 맞붙었다. 이번엔 8강이었다.
경기 흐름은 놀랍게도 9년 전과 유사했다. 전반 42분 호주가 선제골을 가져갔고,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1-1 동점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결말은 정반대였다. 이어진 연장전, 전반 14분 이번엔 황희찬이 따낸 프리킥을 손흥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2-1로 역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웃은 건 한국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골랐다. 이후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경기 최우수선수(MOM) 자격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은 ‘이날의 승리가 9년 전 패배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복수라기보다는 축구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며 씩 웃었다.
이어 “그때 우승 기회를 놓쳐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 경기들, 경험들 덕에 축구선수, 사람으로서 여기까지 성장했다”며 “오늘은 꼭 복수 때문이 아니라, 팀의 목표만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유해강 에디터 /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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