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스토리] 백은정 아트블러드 대표
저출산·고령화로 헌혈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전체 헌혈자의 30%가량을 차지한 10대 청소년 비중이 지난달 27일 기준 12.29%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28년 혈액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앞서 미국은 2022년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확산하자 사상 처음으로 국가 혈액부족 위기를 선포했다. 미국 워싱턴대학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세계 196개국 중 119개국에서 혈액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선 대안으로 ‘인공혈액’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여러 부작용을 해결해야 하고 궁극적으로 체외 대량생산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인공혈액을 상용화하겠다며 창업에 뛰어든 교수가 있다. 바로 아트블러드의 백은정 대표다. 한양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17년간 체외배양혈액을 연구했다. 그가 보유한 국내외 관련 특허만 30여건에 달한다
적혈구 전구 세포주 기반 인공혈액 “모든 혈액형 수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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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혈은 골수나 조직이식처럼 부작용이 발생하는 의료행위다. 면역체계 변화, 발열, 질병전염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이는 적혈구, 혈장, 혈소판으로 구성된 혈액에서 헌혈자의 면역체계를 100% 제거해 적혈구만 수혈할 수 없어 발생한다. 현재 기술로는 적혈구를 분리하더라도 타인의 면역체계 성분이 들어있는 혈장, 백혈구가 약 20~30%는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수혈을 받는 환자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이런 부작용이 있다 해도 쓸 수밖에 없다.
아트블러드가 개발하는 인공혈액은 이같은 부작용을 방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트블러드는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체외에서 증식시켜 적혈구만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해외에서도 적혈구 체외생산에 성공한 사례는 있었지만 세포주(무한히 증식하는 세포) 개발에는 실패해 소량생산에 그쳤다.
백 대표는 “적혈구는 조혈모세포에서 적혈구 전구세포로 변화하며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며 “아트블러드는 체내 증식하는 유전자를 검출해 적혈구 전구세포의 세포주와 결합해 체외에서도 적혈구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RhD- O형 같은 희귀혈액형은 국내 0.1%에 불과해 권역외상센터 2곳에서 2팩 정도 보유하고 있다”며 “모든 혈액형에 수혈이 가능한 RhD- O형의 혈액으로 인공 적혈구제제를 개발한다면 혈액형 검사 없이 바로바로 수혈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트블러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세포기반 인공혈액 개발’ 정부 R&D(연구·개발)과제를 수주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5년간 약 471억원을 들여 인공혈액 생산기술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치료용 적혈구’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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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블러드는 수혈용 적혈구를 성공적으로 생산해 향후 치료용 적혈구도 개발할 계획이다. 적혈구가 온몸을 돌아다니며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기에 항암이나 항노화 등 치료용 항체 성분을 넣는다면 치료 효과가 매우 높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향후 혈소판 체외 생산에도 나설 예정이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등으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은 아트블러드는 현재 시리즈A 투자를 유치 중이다. 투자금은 2026년 임상시험을 목표로 인재 채용 및 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공장 건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백 대표는 “일반 의약품 임상은 장기간 진행되는 것과 달리 적혈구의 체내 생존기간이 4개월이기 때문에 임상은 1년이면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도 인공혈액 생산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만큼 성공적으로 인공혈액을 생산해 2027년에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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