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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2살 야옹 형님과 셋이었다가 곧 아가님을 만나 넷이 될 가족이에요. 시골에 온 지는 2년 차 되는 초보 시골러이지요. 마당 작은 텃밭에 기른 고추, 토마토, 대파, 상추가 해준 것도 없는데 기특하게 자라서 내 입으로 들어 오는 것도 신기해 죽겠는 초초보 농부이기도 하지요.
시골집을 구하던 그때의 복잡 설레는 마음과 떠나고 싶었던 마음들을 고작 몇 줄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비우는 삶을 생각해 볼 때쯤 도시와 물성 있는 모든 것의 소음, 관계의 잡음이 조금은 덜 한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한옥에서 사는 지금은 집이라는것이 한 공간만을 특정하지 않고 주변 자연까지 집으로 느끼게 되는거 같아요. 마음이 답답해질려고 할때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당만 보고있으면 속이 좀 고요해지고 위로도 많이 받고 있답니다. 물론 주택 살이라는 것이 온갖 처음 보는 공구들이 필요하게 되고, 집이 완성되었을 때는 처음 마음은 잊고 폭주해서 취향을 채우다 보니 물건의 소음과는 아직 이별하지 못했지만요.
외관 Before
평소 관심은 많은 분야지만 도시에서도 DIY정도 사부작사부작할 뿐이었지 리모델링조차 한 번 겪은 적이 없던 저였는데요. 이것은 리모델링이라기보다 처음부터 짓는 게 더 쉽다고 말하는 한옥 대수선을 하게 되어버린 거예요. 먼저 공사 업체를 몇 곳 알아보았어요. 시골이라 마음 맞는 큰 업체 고르는 건 쉽지 않았어요.
게다가 견적이 예상보다 큰데 결과는 제 마음 같지 않았어요. 이왕 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다해보자는 마음에 시공 분야 하나하나씩 업체를 따로 알아보았어요. 고된 일이었지만 만족도는 더 높았던 거 같아요. 변수 많고 사이즈도 마음대로인 한옥이라 머릿속에 설계도로는 정리가 안 돼서 ‘planner 5d’ 앱을 활용했어요.
직접 한 땀 한 땀 구조를 디자인하고, 가구들도 사이즈에 맞게 배치해보고, 스위치 위치까지 다 정해두었더니 다음 스텝이 좀 더 수월해졌어요. 남편이랑 의견 나누기도 좋았고요. 업체에 제 뜻을 설명하기도 좋았죠.
도면
공사 시작 전 남편은 아직 도시의 일을 마무리해야 해서 저 혼자 공사 현장으로 왔다 갔다 하기로 하고 근처에서 캠핑 장박을 시작했어요. 주변 모두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저는 버킷리스트에 ‘솔로 장박하기’ 한 줄 지울 수 있다는 것에 내심 기쁘기도 했죠.
하지만 흑심도 잠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겠다는 말을 곧잘 들어오던 저인데 주말에 남편과 헤어질 때마다 얼마나 눈물 바람을 했는지 몰라요. 결혼 6년 차에 다시금 연애 시절로 돌아갔더랬죠. 큰일을 겪어내면서 새삼 두고두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이도 생겼지요.
공사 과정
철거
그렇게 공사는 철거작업부터 시작이 되었어요. 하루에도 여러 번 현타가 왔죠. 이게 맞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
지붕 교체
그러다가 지붕 교체를 시작하면서 폐가 같은 집에 지붕 하나 교체되었을 뿐인데 공사가 끝난 거처럼 남편에게 공사 후기사진을 보내고 기분도 널뛰기했어요. 업체를 각각 구하다 보니 대금 지급도 그때그때 공사 마치면 바로 해줘야 해서 하루에 몇백에서, 많게는 천 단위로 돈이 나가기도 했죠.
여러분! 돈을 쌓아두고 공사하는 게 아니라면 리모델링과 집짓기의 필수 덕목은 멘탈관리입니다. 사진 속 남편은 본인과 장인어른이 꼬박 하루를 샌딩했던 나무를 만져보지만, 아직도 본인이 살 집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캠핑장으로 퇴근하면 남아있는 공사 일정과 체크 사항, 재료 주문 등으로 불멍할 시간도 사치였죠. 그렇게 나름 현장 용어 써가며 반전문가 흉내를 내고 그때그때 요구사항을 조율했어요. 방통(방바닥 통미장), 목공, 전기공사, 새시, 설비공사 등이 진행될 때쯤 남편은 마지막 휴가도 내서 셀프로 할 수 있는 일은 같이 해나갔어요.
며칠에 걸친 서까래를 닦고 오일스테인 바르는 작업, 몇십 년 묵었는지 모를 창살에 때를 다 손수 닦아서 말리면서 아직 낯선 집님에게 저희를 잘 보듬어달라 속삭이며 품으로 계속 안겼어요. 촌스럽지만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취향인데요. 그걸 녹여내려고 2년째지만 인테리어는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외관 After
그렇게 완성된 시골집입니다. 시간이 닿은 숲에 백일홍 나무가 이쁘게 피었어요. 도시에서 집순이는 계절이 오고 가는 것도 몰랐는데 시골에서의 집순이는 하루하루 시간 가는 것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어요. 무언가에 꽂히면 겁이 없는 모습에 스스로 겁이 나네요. 덜컥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완성되니 꿈만 같아요.
시골 생활은커녕 주택살이도 해본 적 없는 저와 남편이었지만 스스로 바뀔 수 없는 내공이라면 환경을 바꾸어보자는 마음에 저질러 버렸죠. 아직도 잠에서 깨면 문득문득 “아… 나 한옥사는 시골사람이지”하고 새삼스럽고 꿈인가 싶지요. 다행히 배달앱의 ‘텅’은 금세 적응이 되었어요.
남들 눈에는 폐가로 보일지도 모를 집이 이때 당시에는 저에게만 보이는 뷰티 필터가 씌워져 오히려 설렘뿐이었지요. 그런데 과정을 다 겪은 지금 처음 찍어두었던 사진을 보면 조금 아찔하기도 합니다. 하하. 도시에 사는 겁 많은 친구가 공사 전에 구경을 와서는 머뭇머뭇 쭈뼛쭈뼛 한 걸음도 들어오지 못했죠.
도시에서보다 밥도 손수 많이 해 먹으니 그곳에서 절었던 방부제가 조금은 빠진 듯해요. 시골집을 알아볼 때 지금 앞집에 사는 친구 도움이 컸어요. 같이 집도 보러 다니기도 하고 이장님의 딸이라 곁에만 있어도 뭔가 든든하고 어려운 귀촌 생활의 여전히 한 줄기 빛이 되어주고 있어요.
덕분에 전에 살던 곳이랑 두 시간 거리인 데도 발품도 많이 팔지 않고 주말에만 오가며 두 석 달 만에 집을 구했어요. 오랜 세월을 겪어온 만큼 사연도 가지가지였던 한옥들을 돌아보는 중에 처음 본 집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거렸는데 고것이 지금 집이 되었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집 내부로 들어가볼까요?
현관 (앞마루)
현관이 따로 없는 한옥에 어느 쪽으로 만들까 하다가 앞마루 쪽은 온전히 복도 느낌으로 쓰고 싶어서 집 우측으로 따로 내서 만들었는데요.
증축 문제로 마냥 넓어질 수는 없는 데다가, 신발장을 천장까지 닿게 하면 답답할 거 같아 낮게 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신발, 잘 신는 신발만 딱 남겨두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좋아)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게 긴 스툴을 하나 두고 잡동사니도 안에 정리해두었어요. 외출 전 옷매무새를 확인해줄 전신 거울도 하나 두었지요.
거실
가장 많이 지내는 곳이 거실인데 중간에 기둥이 있는 구조라 소파를 큰 걸 둘 수는 없어 전에 쓰던 빈백을 그냥 두었어요. 요새는 모듈 소파도 잘 나오니 분위기를 바꿀 겸 한 번 알아보는 중이에요.
2년째 살다 보니 개선 상황들도 자꾸 보이는데요. 천장이 높은 한옥이라 환기와 공기 순환을 위해서 천장 등 하나를 팬 조명으로 바꿔 달려고 주문해두었어요. 이렇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요~
주문 제작한 지류함 안에 이것저것 거실 소품을 넣어두었어요. 손님들이 집에 오시면 바닥을 많이 궁금해하시면서 두드려보시는데요, 마이크로토핑으로 마감했어요. 질감이 한옥에 잘 어울리고 색상도 다양한 편이라 고를 수 있어 좋더라고요.
당시 이쪽 지역에는 하는 업체가 없어서 멀리 경기도에 있는 업체와 컨택하고 추가경비까지 지불해서 꼬박 이틀에 걸쳐 작업해야 했어요. 여유가 있었다면 전체 벽까지 할 걸 싶은 정도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오후가 되면 현관 쪽에서 노을빛이 들어오는 짧은 순간이 있는데 참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이번 글에는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드레스룸 입구 부분입니다. 아치 형으로 제작한 입구에 커튼을 달아 꾸며봤어요.
주방
싱크대는 사이즈 재서 반제품으로 주문한 후 오일스테인은 직접 발랐어요. 싱크대 시공일을 하는 사촌오빠가 대리석 상판을 지원해주었고요. 벽면에 가벽을 친 게 아니라서 한옥의 삐뚤빼뚤 벽면과 바닥 평형을 맞추느라 사촌오빠가 늦은 밤까지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정말 많은 분의 손길로 완성되고 그 과정을 제 눈에 하나하나 담아서 그런지 어느 한 곳 안 이뻐라 할 수가 없어요. 상부장은 답답해서 따로 달지 않았고 대신 선반과 미니장을 달았어요. 미니장도 반제품이라 직접 조립하고 오일스테인을 발랐어요.
안방 (안채)
안방을 어느 곳으로 정할지 고민하다가 안채에 화장실이 하나기 때문에 화장실과 붙은 방으로 정했어요. 가벽을 치지 않은 한옥은 워낙 수납공간 만들기도, 가구를 두기도 쉽지 않았어요. 결국 슈퍼 싱글 두 개를 제작해 붙이고 침대 아래는 전체 수납할 수 있게 만들어 이불을 수납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것만으로 안방은 꽉 차서 화장대도 슬림한 것으로 찾아서 두었지요.
취미 공간 (옆 마루)
옆 마루는 저만의 취미 공간이에요. 책도 읽고, 끄적거리기도 하는 곳인데요.
날씨 좋은 날 폴딩도어를 활짝 열고 바람을 느끼는 곳이죠. 앞으로 제 취향들로 더 그득 채우고 싶은 공간이에요.
욕실 & 세탁실
화장실은 세탁실로도 사용하고 욕조도 두려 하니 방만큼 커졌어요. 공사하시는 분이 바닥에 보일러도 꼼꼼히 깔아서 자려면 정말 자도 된다고 하셨죠.
역시 하고 싶은 걸 다 하면 만족도가 높지요. 하나 아쉬운 것은 통창의 로망을 버리지 못해 이 넓은 화장실에 창문 하나 만들지 않았다는 건데요. 나중에 통창의 3분의 1을 여닫이창으로 바꿀까 생각 중입니다.
유리 벽돌 샤워부스는 남편과 쌓고, 줄눈을 채우고, 멀바우 상판을 주문해서 끙끙대며 셀프로 만들었어요.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틀 내내 고생하고 손길이 잔뜩 묻어 있는 곳이라 정이 갑니다. 남들은 걸리적거린다고 할 수 있는 욕실 중간 나무 기둥도, 제 눈엔 이 집을 묵묵히 버텨주고 있는 녀석이 든든하고 이음부분으로 파여있던 홈에 좋아하는 고양이 피규어를 두었더니 사랑스럽기까지 해요.
핀터레스트에서 디자인을 엄청나게 찾아보고 조명, 타일, 수전 등 하나하나 다 골랐어요. 성격이 워낙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대면보다 비대면을 좋아하는 탓에 발품팔이가 아닌 손목팔이를 엄청했어요.
욕실을 크게 만들어 하나 더 좋은 점은요. 의자를 거울 앞으로 옮겨 한 달 남짓마다 남편 이발을 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삐뚤빼뚤 서툰 솜씨지만 남편은 제일 맘에 든다고 해요. (엉망으로 잘라도 곱슬머리라 티가 나지 않아 다행이에요ㅎㅎ) 도시에서 갈 곳을 잃었던 아빠의 우드버닝화도 저희 집에는 어느 곳에 두어도 찰떡이예요.
베란다 (앞마루)
앞 마루는 단열과 환기를 생각해 한쪽에는 원목 통창으로 한쪽에는 원목 폴딩도어를 달아주어 한옥 분위기를 최대한 해치지 않게 했어요.
한 켠에 윙체어를 하나 두었더니 여기 앉아 마당을 보고 있으면 조용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되었어요.
도시핑계라기에는 조금 억지이지만 그곳에서는 왠지모르게 식물들을 잘 못 키우고 연쇄살식마(?)였는데 시간이 닿은 숲에서는 꽤 무럭무럭 잘 키우고 있어요.
해가 잘 드는 시간에는 그냥 고양이랑 같이 드러누워 버려요.
서재 & 아가 방 (별채)
서재 겸 남편의 겜방이었다가 곧 아가방이 될 가운데 방입니다.
이 방은 전에는 제 손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이라 신경을 많이 못 쓰던 방인데, 아가가 좋아할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구상을 다시 하는 중이에요.
별채 외관
별채는 한옥 느낌 전혀 없는 공간에 화장실 하나, 방 하나의 원룸 느낌이에요. 아직 꾸미기 전인데 머릿속에는 안채와는 다른 느낌으로 꾸며 볼 아이디어들이 꽉 차 있고 덩달아 장바구니도 이미 꽉 차 있지요. 이 공간도 다시 한번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네요.
마치며
저희는 시골에서 공사였기 때문에 업체를 지역에서 하시는 분들로 거의 하다 보니 아직도 좋은 인연으로 남아 연락하고 지내면서 시골살이 팁도 많이 주시고, 때마다 농사지은 채소와 과일도 나눠주시기도 해요. 또 문제가 생기면 근처에서 한 걸음에 와주시고요. 로망 실현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거 같은 주택살이의 크고 작은 공사에 지속해서 도움이 되어 주시기도 해요.
저는 자주 시간과 공간에 대해 사유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카를로 로벨리의 책에서 시간이 무지개가 닿은 숲이라는 표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오래도록 맴돌더라고요. 그래서 집 이름을 고민하던 차에 ‘시간이 닿은 숲’이라 이름 지었어요.
1945년에 지어져 실제로도 시간이 아주 많~~~이도 닿아있는 집이지요. 곧 태어날 아가와 저희 부부, 야옹 형님까지 많은 시간을 이 공간과 부대끼고 어울려 닿아 지내고픈 마음이에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시면 인스타에도 구경 많이 오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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