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초저가로 국내 소비자를 공략 중인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시장에 1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C커머스)이 무차별적으로 시장에 침투하면서 안전과 건강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 피해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정부가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플랫폼이란 본질은 바뀌지 않은 채 시장을 장악력을 높이면서 토종 이커머스 생태계를 잠식할 경우 그에 따른 이득은 중국 본사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 호출된 ‘수박’ 논란을 피할 순 없을 전망이다.
알리 대대적 투자는 물류센터부터
14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사업계획서를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우선 2억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물류센터가 확보되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플랫폼 경쟁력도 그만큼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는 또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데 1억달러(약 1316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방침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외에 동남아시아지역 ‘라자다’나 스페인어권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산하 여러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3년간 5만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지속해 문제가 제기된 소비자 보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한다. 우선 3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할 계획이다.
직접구매(직구) 상품의 경우 구매 후 90일 이내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100% 환불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직구 상품이 위조 상품이나 가품으로 의심되면 100% 구매대금을 돌려준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가품 차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플랫폼 내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이같은 투자를 통해 3년간 3000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 보호와 관련해서는 이미 한국에 독립적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한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으며 한국 법 규정에 따라 이를 처리하고 있다는 게 알리바바의 설명이다.
◇알리의 대대적 투자 배경은
알리의 투자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C커머스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알리는 불량품과 가품,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제품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대부분의 상품이 중국 현지 판매자들이 조달하는 초저가 공산품인데다 관세나 KC인증 취득 없이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판매를 금지한 제품은 15가지 △담배 △마약류 △의약품 △모의총포 △총검, 도검, 화약류, 분사기, 전자충격기, 석궁 △도수 있는 안경, 콘택트렌즈 △안전인증표시 없는 전기용품 또는 공산품 △음란물 △상표권 침해물품 △저작권 침해물품 △주류 △유해화학물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청소년유해물 등도 판매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문제가 된 제품들은 즉시 조치하고 국내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제품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5000개의 셀러를 퇴출하고 182만4810개 위조 의심 상품을 삭제 조치했다.
또 해당 기간 위조 의심 상품을 구매한 한국 소비자로부터 4만2819건의 환불 요청을 받아 4만2476건을 환불 조치했으며 나머지는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리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공식 제출한 것은 한국 소비자와 정부를 다분히 의식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하지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데다, 저가의 저품질 제품을 미끼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점유율을 키워갈 경우 중국 본사의 배만 불리고 토종 이커머스 시장은 교란되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