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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 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유탄을 맞아 일제히 하락했다. 월가가 내놓은 비관적 실적 전망에 테슬라 주가가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여파다. 전문가들은 고전하던 2차전지 관련주가 이달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당분간 불확실한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006400)는 전날 대비 2.94% 하락한 44만 6000원에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0.60%), 포스코퓨처엠(-3.29%), 엘앤에프(066970)(-2.52%), LG화학(051910)(-2.22%), 에코프로(086520)(-0.49%) 등 관련주가 죄다 부진했다. 미국발 악재 때문이다. 웰스파고가 테슬라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동일 비중’에서 ‘비중 축소’로 내린 게 결정타였다. 목표가도 200달러에서 125달러로 낮췄다. 주가가 현재보다 27%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를 ‘성장 없는 성장 기업’이라 혹평한 콜린 랭건 웰스파고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제자리걸음하고 내년부터는 역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웰스파고를 포함한 9개 증권사가 테슬라에 대해 ‘매도’ 혹은 ‘비중 축소’ 의견을 냈다. 비중 축소는 사실상 매도 의견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매도 의견이 많은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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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내 2차전지 관련주가 이날 하락하기는 했지만 이달 상승률은 괜찮다. 삼성SDI의 경우 올 들어 1월까지 21% 하락했지만 3월에는 18.3% 상승했다. 올해 첫 달 29% 급락한 포스코퓨처엠 역시 이달 들어선 2.05%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3.61%), POSCO홀딩스(005490)(2.43%) 등도 비슷한 흐름이다. 테슬라가 3월에 16.05%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국내 종목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인 셈인데 이날만은 테슬라발 악재를 견디지 못했다.
국내 관련 종목이 최근 상승한 데는 ‘인터배터리 2024’ 전시회에서 공개된 46파이 배터리 등 신기술에 대한 기대 심리가 한몫했다. 아울러 핵심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 가격이 급락을 멈춘 점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는 판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어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라도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세인 시기에는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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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되기 시작한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해석한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주가에 반영돼 있다”며 “2분기부터 배터리 업황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주가가 긍정적일 것으로 본 셈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개선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이안나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계속되는 데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며 “1분기 실적이 악화하는 등 2차전지 셀·소재 기업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가 하락해도 국내 종목이 무조건 이를 추종하는 흐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전반적 평가다. 그래도 전기차 대장주로서 상징성이 있는 만큼 더 신중한 스탠스로 관련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