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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 씨는 메뉴에서 김밥을 제외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들어 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시금치, 계란 등 속재료 가격마저 올랐지만 김밥 가격을 인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72속짜리(100장=1속) 1박스 가격은 지난 1월 10만 원 오른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만 원이 더 올라 6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A 씨는 “채소 가격도 만만치 않은 데다 김 가격마저 급등해 비용 부담이 크다”라며 “김밥 없는 김밥천국을 운영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마른 김 10장 가격은 1158원으로 1년 전(999원) 대비 15.9% 올랐다. 구운 김도 10장 기준 1727원으로 6.7% 상승했다. 대형마트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동원 양반김(5gx20봉)’ 가격은 9480원으로 1년 전(8980원)보다 5.6% 비싸졌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 및 가공상품 물가가 오른데다 수출에서도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이며 올해 원초가격이 2~3배 인상됐다”고 말했다.
김 가격이 오른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원초(채취한 그대로 가공하지 않은 김)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 최근 1~2년 사이 이상 기후로 인해 수온이 오른 데다 병충해가 확산되며 원초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 김의 생산시기는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특히 김밥에 사용하는 김밥용 김의 경우 원초 함량이 많아 가격 상승폭이 더 크다. 통상적으로 김 제품의 특성 상 1년 치 원초를 한 번에 수매해 사용하다 보니 연초에 가격 변동이 생기지만 올해는 공급 자체가 줄어 매달 가격이 인상되고 있다.
여기에 K김밥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출이 늘고 있다는 점도 국내 김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마트, 올곧 등 업체들이 해외에서 판매하는 냉동김밥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김 수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김 수출 실적은 사상 최대인 7억 7000만 달러(약 1조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김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이 영향으로 김밥 가게들도 김밥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해농은 지난 달 김밥김, 김가루 등 12종 가격을 인상했다. 순수 김밥김(220g)은 8500원에서 9000원으로, 파래김(160g)은 6300원에서 7000원으로 각각 5.9%, 11.1%씩 가격을 올렸다. 대천김은 구이 김밥용 김(100장 기준)을 1만 15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인상했고, 통미김은 구운 김밥김(100장)을 1만 8500원에서 1만 95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달 서울 지역 김밥 가격은 3323원으로 1년 전(3100원) 대비 7.2%가 올랐다.
일각에서는 김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일종의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을 택하기도 했다. 동원F&B는 ‘양반김’ 중량을 기존의 5g에서 4.5g으로 낮췄고, B업체는 한 봉에 10장이 들어가던 용량을 9장으로 줄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초 수급이 어려워져 생산을 중단한 공장이 꽤 된다”며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로 김을 수입하며 김가루 가격도 두 배 이상 비싸져 일부 식당에서는 만두국 위에 뿌리는 김가루를 생략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