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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기와 횟수를 시장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카고대학 부스경영대학교와 함께 3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금리 인하 시점은 7~9월 사이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학자가 가장 많았다.
시장이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이르면 6월께 첫 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보수적인 시각인 셈이다. 앞서 연준도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시사한 바 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며 물가에 대한 불안을 키웠다. 2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3.2%로 나와 전망치 3.1%를 웃돌았고, PPI도 1.6%로 기록돼 전망치(1.0%)를 넘는 것은 물론 지난해 8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코로나 팬데믹 등에 대한 영향이 대부분 제거된 시기인 데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중 한 명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자는 “연준은 정말 금리 인하를 원하고 모든 제스처도 인하에 관한 것”이라며 “하지만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고비를 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 일정이 금리 결정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연준 관리이자 현재 드레퓌스앤멜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빈센트 라인하트는 “데이터에 따르면 금리 인하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9월이지만 정치권은 6월이라고 한다”며 “선거에 임박해서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응답자들은 고용과 성장에 대한 데이터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이전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스티브 세체티 브랜다이스 대학교수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뜨겁다”며 “하반기에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3개월 전보다는 위험이 둔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