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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스라엘과 이란이 다시 충돌하면서 국제사회에 ‘제5차 중동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중동의 오랜 앙숙인 양국은 이달 1일 최초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면서 보복과 재보복을 반복하며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이스라엘의 공격에 따른 핵 시설이나 인명 피해가 보고되지 않은 만큼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양국 움직임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공격을 받은 지 6일 만인 19일(현지 시간) 이란 본토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공격이 이뤄진 이란 중부 이스파한에서는 이날 새벽 세 차례 폭발음이 들렸고 이란군 방공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공중에서 요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3일 이뤄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과 비슷한 시간대에 유사한 방식으로 공격이 진행됐지만 이란이 300여 기에 달하는 드론과 미사일을 쏟아붓는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것과 비교하면 보복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한 수준이다.
앞서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재보복을 예고하자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보복을 만류하며 대(對)이란 제재 논의에 착수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대응에 대한 결정은 주체적으로 내릴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재보복은 시간문제로 여겨져왔다. 이에 따라 양국 간 전면전 우려와 함께 이스라엘의 보복 시기와 방법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이어졌다. 그에 비해 이번 공격의 규모는 ‘초라한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인지 여부를 놓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은 미국을 비롯한 동맹들과의 관계 유지를 고려해 보복 수위를 절제하기로 했다. 보복의 대원칙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되 이란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동맹국들의 확전 우려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란의 추가 도발을 억제할 힘을 보여준다는 균형점으로 관측돼왔다. 앞서 이란이 발사한 드론과 미사일 중 99%가 이스라엘군과 중동 주둔 미국·영국군에 의해 격추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스 아로노스는 이날 공격을 “이란 지도부가 참아낼 수 있고 새로운 긴장 악화를 자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누가 이번 공격을 단행했든지 간에 그 표적은 추가 교전을 회피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 시설로 설정됐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고강도 제재안을 발표한 것도 이스라엘의 보복 수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란의 공격 이후 미국 등 서방국들은 이스라엘의 요청으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해왔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이란의 무인기 생산을 가능하게 한 개인과 기업에 이어 이란 최대 철강 회사인 후제스탄철강기업에 대해 원자재 공급 및 구매를 차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란 자동차 제조사 바흐만그룹의 자회사 3곳을 추가로 제재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유럽연합(EU)과 유엔 등이 이란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추가 제재를 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번 공격 이후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핵 시설을 공격할 경우 이스라엘 핵 시설을 첨단무기로 공격하는 등 대대적인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대통령은 17일 “(이스라엘의) 아주 작은 침략도 거대하고 가혹한 응징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이란이 다시 재보복에 나설 경우 전면전이 불가피한 데다 이란의 대리 세력인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까지 가세할 경우 중동전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란 역시 쉽게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란 정부의 한 관계자는 “즉각 대응 계획이 없다”며 “공격 배후가 불분명하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미국이 보복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이스라엘로서는 선택지를 좁히는 주요 요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철통같지만 미국은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전쟁에 이어 추가적인 확전으로 정세 불안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이다. 이란 역시 인명이나 핵 시설 피해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재보복에 나설 경우 원유 수출제한 등 추가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게 되는 만큼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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