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쪽방촌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을 20년 넘게 후원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쪽방촌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故) 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담은 책 ‘의사 선우경식'(저자 이충렬·위즈덤하우스)의 출간을 통해서다.
선우경식 선생은 생전 서울 신림동 달동네를 거쳐 영등포 쪽방촌에 요셉의원을 설립해 가난한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책에 따르면 이 회장은 상무시절인 2003년 요셉의원에 전화를 걸어 방문 의사를 먼저 전했다. 선우 원장이 그해 열린 삼성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자 후원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의원을 방문한 이 회장에게 선우 원장은 “혹시 쪽방촌이란 데를 가보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회장은 “제가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회사에 주로 있다 보니 아직 가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선우 원장은 쪽방촌을 가보겠냐고 물었고, 이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인근 쪽방촌 가정을 찾았다.
이 회장은 단칸방에서 아빠는 술에 취해 잠들어 있고, 맹장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저자는 “어깨너머로 방 안을 살펴본 이 상무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고 서술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은 듯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쪽방골목을 돌아본 뒤 작은자매관상선교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 공부방’까지 둘러봤는데, 얼굴이 몹시 굳어 있었다고 한다.
이후 선우 원장이 “빈곤과 고통으로 가득한 삶의 현장을 보셨는데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라고 묻자, 이 회장은 “솔직히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에 하얗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이 회장은 이날 양복 안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건넸다.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계속 매달 월급의 일정을 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 회장은 선우 원장과 의논해 노숙인·극빈자를 위한 밥집을 운영할 건물을 삼성전자가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삼성전자는 철도청 소유 공유지에 들어설 건물 설계도까지 마련했지만, “왜 밥집을 지어 노숙인을 끌어들이냐”며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에 결국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회장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소, 어린이 보육시설 등 사회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돌봐왔다는 후문이다.
저자는 이 같은 선행은 이 회장 본인의 당부로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이후에도 요셉의원을 찾았다. 첫번째 방문 때는 양복이었지만, 이후엔 간단한 티셔츠 차림이었다.
선우 원장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의료 활동을 펼쳤고, 급성 뇌경색과 위암 속에서도 환자를 돌보다 지난 2008년 6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책 ‘의사 선우경식’은 전기 문학 작가인 이충렬 씨가 각종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기록한 선우 원장에 대한 유일한 전기다. 책의 인세는 전액 요셉나눔재단법인 요셉의원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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