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동창인 정재호 주(駐)중국 한국대사가 본인에게 제기된 폭언 등의 비위 의혹 및 청탁금지법 위반 등에 대해 결과가 나오면 평가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한 정 대사는 폭언 등 비위 의혹에 대해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정 대사는 18일 YTN이 정 대사의 소위 ‘갑질’ 증거로 제출된 음성 녹취 파일을 보도한 것과 관련 “거기(녹취 파일)에 폭언도 욕설도, 갑질도 없다”며 “(여러분들이) 평가해 달라”라고 말했다.
방송은 정 대사의 비위 의혹과 관련해 증거로 제출된 음성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면서,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해당 파일에서 신고자인 주재관 A씨가 지난해 9월 말 대사 관저에서 열리는 국경일 행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 <한국일보>는 A씨가 지난해 7월 정 대사에게 이메일로 해당 내용을 보고했는데, 매년 대사관이 주최하는 국경절 행사에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제품 홍보용 부스를 설치한 것과 관련, 대사관이 이에 대한 대가를 업체 측에 주지 않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으니 문제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정 대사는 A씨를 불러 이메일이라는 보고 형식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A씨가 이메일도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답하자 정 대사는 이메일로 보고하지 말라면서 해당 이메일을 아직까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정 대사는 지난달 초 A씨에 의해 외교부에 비위 의혹으로 고발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임명된 정 대사는 윤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동기다. 그는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역사학석사, 미시간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6년부터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사에서 한국의 선택이 국제정세 속에 갖는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됐던 결의안에 대해 언급했다.
조 장관은 “국제사회의 기대가 커진 만큼, 우리의 선택이 갖는 무게감 또한 더욱 커졌다. 우리는 지난달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주도한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이를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안보리는 한국을 포함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immediate ceasefire)을 ‘촉구'(call for)하는 내용을 담아 내놓은 결의안을 전체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자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고 기권했다.
조 장관은 “각국의 팽팽한 입장차로 인해 결의안이 또 다시 부결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우리를 포함한 비상임이사국 10개국이 의미있는 가교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18일(현지시각) 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 결의안에 대해 찬성투표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은 ‘두 국가 해법(two state solution)’에 기반을 둔 정치적 프로세스를 촉진해 항구적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안보리에 올라왔던 결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미국이 거부권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외에 나머지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사국 중 영국과 스위스는 기권했다.
조 장관의 발언은 이처럼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음에도 한국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 맞게 결정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공관장 회의에는 총 181명이 참석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으로 공석이 된 호주의 경우 아직 다음 대사가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호주 공관장은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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