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미국의 대학교에서도 양 지역 학생들 사이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며칠새 친 팔레스타인 대학생 시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관련자들이 잇따라 연행되고 있다. 유대교 최대 명절인 유월절이 시작되면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천막 농성을 시작한데 따른 여파다.
23일(현지 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예일대와 뉴욕대, 컬럼비아대 등 미국에서 최고로 꼽히는 대학교 캠퍼스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줄줄이 체포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촉발된 미국 내 갈등이 대학가에서 확산하고 있다며 각 캠퍼스별 현장 사진들을 모아 보도하기도 했다. 뉴욕대에서는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의 진압을 위해 뉴욕경찰(NYPD)이 캠퍼스 내로 들어왔다.
며칠새 급격하게 시위가 일어난 것은 유대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인 유월절 때문이다. 유월절은 유대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탈출한 출애굽을 기념하는 명절이자 축제로, 이스라엘인들은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경건한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다. 올해는 4월 22∼30일에 해당된다.
유월절이 시작된 22일 오전 예일대에서는 전쟁에 항의하고 가자 지구에서의 완전한 휴전을 외치는 천막 농성 시위에 나선 학생 50여명이 체포됐다. 친팔레스타인 천막 농성시위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매사추세츠공과대, 터프츠대, 미시간대, 에머슨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으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에 항의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도 열리고 있다.
이번 대학가 시위 사태는 앞서 지난 18일 컬럼비아대가 캠퍼스 내에서 벌어진 천막 농성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컬럼비아대학 측은 경찰이 캠퍼스내 시위단 학생 100여명 체포하도록 개방했고, 이에 미국의 대학생들은 이스라엘과 관련된 기업의 투자나 기여를 받은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됐다. 이날 뉴욕대의 시위학생들은 “이스라엘의 점령에 이익이 있는 무기 제조업과 회사들로부터 받은 기부와 재정 기여 내역을 공개”하라고 학교 당국에 요구했다.
대학생 시위의 시발점이 된 컬럼비아대는 이날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미노슈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은 이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분노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모두가 다음 단계를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샤피크 총장의 조치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불신임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컬럼비아대 일부 교직원은 앞서 체포돼 정학 처분 학생들을 지지하기 위한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대학생들의 시위 격화를 우려하고 있는데,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최근에도 유대인들에 대한 괴롭힘과 폭력이 있었다”면서 “이러한 노골적인 반유대주의는 위험하며 비난 받아야 하고 대학 캠퍼스는 물론 미국 어느 곳에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버지니아 폭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샤피크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캠퍼스에서 현재 진행 중인 혼돈을 매우 우려한다”며 학교 측이 시위를 진압하지 못하면 연방 기금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가에서 불붙은 시위 바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YT는 “시위에 대응하는 관리자들을 위한 옵션이 빠르게 줄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일부 캠퍼스에서는 이러한 시위가 학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거의 확실하다. 졸업식 역시 긴장감이 감도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시위 천막들이 자리하고 있는 컬럼비아대 사우스필드 등은 다음달 졸업식이 진행되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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