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와, 진짜 못 치겠던데요.”
류현진(37, 한화 이글스)의 공을 타석에서 지켜본 박건우(34, NC 다이노스)는 혀를 내둘렀다. 박건우는 24일 현재 통산 타율 0.327(4081타수 1333안타)로 현역 1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올 시즌 타율은 0.353로 리그 5위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콘택트 능력을 갖춘 우타자인데, 류현진의 공은 도저히 칠 수가 없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박건우는 지난 17일 창원 한화전에서 류현진 상대로 2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을 기록했다. 박건우는 “(투구 분석표를 보니) 공이 다 코너에 찍혀 있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류현진은 올 시즌 5경기에 선발 등판한 가운데 시즌 초반 3경기와 최근 2경기에서 극과 극의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개막 초반 3경기에서는 2패만 떠안으면서 14이닝, 평균자책점 8.36에 그쳤는데, 피안타율이 0.359로 매우 높았다. 그런데 최근 2경기에서는 1승, 13이닝, 평균자책점 2.08로 호투했다. 피안타율이 0.093까지 뚝 떨어진 게 눈에 띄었다. 앞선 3경기는 꾸역꾸역 막았다면, 최근 2경기는 타자들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공을 던지면서 이닝이터 능력까지 발휘했다고 볼 수 있는 수치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의 최근 2경기 투구 내용이 좋아진 것과 관련해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이제 좌우 코너워크가 잘되고 있는 점이다. 또 커브가 안 될 때는 커브 카운트를 잡는 게 다 볼이 되고, 그다음에 직구나 커터가 중앙으로 몰리면서 자꾸 맞았다. 그런 것들이 카운트 잡히고 볼카운트 싸움이 이제 본인한테 유리하게 전개가 되니까 아무래도 몰리는 공이 조금 더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운트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면 아무래도 몰리는 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제구가 좋은 투수들이 볼카운트가 유리할 때는 조금 더 코너를 보고 던진다. 그런 게 이제 상황이 달라진 것”이라고 덧붙이며 류현진의 최근 호투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류현진 스스로 짚은 긍정적 변화는 체인지업 제구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시범경기부터 제구가 잘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구종이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까지 그의 대표 구종으로 꼽힐 정도로 위력적인 무기였다. 주 무기가 마음처럼 던져지지 않으니 답답했던 것이다.
류현진은 “한국에 와서 체인지업이 말썽이었는데, 다르게 던져서 잡은 것 같아서 만족한다. 그립은 똑같았고 스로잉을 빠르게 했다. 스피드도 그 전 경기보다 많이 나왔다. 각도 직구랑 비슷하게 가면서 헛스윙이나 범타 유도가 많았다”며 큰 고민거리를 덜었다고 이야기했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LG 트윈스, kt 위즈, 키움 히어로즈, 두산 베어스, NC까지 5개 구단 타자들을 상대했다. 류현진이 2012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12년 만에 돌아왔으니 대부분 처음 보는 타자들이었다. 류현진의 공을 처음 본 타자들은 “놀아나는 느낌이었다”고 했고, 상대 팀 감독들은 “우리 타자들을 갖고 놀더라”고 일제히 대답했다. 그만큼 자유자재로 직구,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구사했다는 뜻이다. 어쩌다 나온 실투를 잘 공략한 팀은 웃었고, 그러지 못한 팀은 애를 먹었다.
류현진은 24일 수원에서 다시 한번 kt 타선과 마주한다. 지난달 29일 kt와 첫 맞대결에서는 6이닝 8피안타 무4사구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승리와 인연이 없었지만, 팀은 3-2로 신승했다.
한화는 최근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4월 성적 4승13패로 최하위에 머물면서 시즌 성적 11승14패로 8위까지 떨어졌다. 3월 성적 7승1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면서 벌어뒀던 승수를 다 까먹었다. 최근 또 3연패에 빠진 가운데 23일 팔꿈치 통증 회복에 전념하던 선발투수 김민우가 토미존 수술을 결심하면서 시즌을 접었다. 신인 황준서가 있어 당장 빈자리가 커 보이진 않지만, 지금이 에이스 류현진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적기다. 류현진은 3경기 연속 호투로 팀의 연패를 끊고, 개인 통산 100승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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