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말도 안 되는 타구였어요. 그냥 말도 안 된다니까요.”
LA 다저스 외야수 제임스 아웃맨은 24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 경기에서 동료 오타니 쇼헤이의 홈런 타구를 지켜본 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오타니는 3-1로 앞선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비거리 450피트(약 137m), 타구 속도 118.7마일(약 191㎞)에 이르는 대포였다. 발사각은 25도였다. 타구는 빠르게 뻗어 외야 관중석 2층으로 향했고, 워싱턴 야수들은 수비 위치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만큼 빠르게 외야 2층 관중석을 강타했다.
MLB.com의 사라 랭스는 “오타니의 타구 속도 118.7마일은 2015년 스탯캐스트가 생긴 이래 다저스에서 가장 빠른 타구였다. 또한 오타니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빠른 타구이기도 했다. 스탯캐스트가 생긴 이래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역대 12번째로 빠른 타구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웃맨은 경기 뒤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 같았다. 진짜 말도 안 되는 타구였다”고 오타니의 홈런을 직접 관전한 소감을 말했다.
오타니는 볼카운트 1-0에서 우완 맷 반스의 2구째 스플리터를 받아쳐 대포로 연결했다. 다저스 3루수 맥스 먼시는 “내가 살면서 본 톱-스핀(top-spin) 타구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간 것 같다. 톱-스핀이 걸린 타구가 외야석 2층까지 날아가는 건 정말 인상적이다. 그 공은 분명 톱-스핀이 걸렸다. 오타니가 백스핀(backspin)을 걸어서 쳤다면 분명 장외 홈런이 됐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통 타자가 공 윗부분을 때릴 때 톱스핀이 걸린다. 그러면 타구가 멀리 뻗어가기 어려운 게 상식이다. 투수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구종이 포심 패스트볼은 대표적인 백스핀 구종이다. 투수가 실밥이 위쪽으로 향하도록 백스핀을 걸면 공이 마치 떠오르는 것처럼 타자에게 향한다. 그래서 포심 패스트볼을 직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식적으로는 타자가 백스핀을 걸어서 쳐야 타구가 높이 뜨면서 비거리도 증가해 홈런을 칠 확률이 높아지는데, 오타니는 이 상식을 깼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메이저리그 대표 거보인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애런 저지(이상 뉴욕 양키스)를 언급했다. 두 거포는 빠르고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능력이 빼어나다. 스탠튼은 오타니 이전에 올 시즌 가장 빠른 타구속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스탠튼은 시속 116.7마일(약 188㎞)짜리 타구를 생산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었는데, 이날 오타니에게 자리를 내줬다.
로버츠 감독은 “스탠튼이나 저지의 타구를 보는 것 같았다. 저렇게 공을 때릴 수 있는 타자가 몇 없다. 외야 2층으로 향한 오타니의 타구는 분명 톱스핀 라이너(top-spin liner)였다. 그렇게 칠 수 있는 타자가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통산 177홈런을 달성했다. 오타니는 지난 22일 뉴욕 메츠와 홈경기에서 개인 통산 176호포를 쏘아 올리면서 일본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오타니의 역사적인 홈런은 3회말에 나왔다. 오타니는 1사 1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취 투런포를 터트렸다. 볼카운트 0-1에서 메츠 선발투수 애드리안 하우저의 2구째 슬라이더를 걷어올렸다. 비거리 423피트(약 128m), 타구 속도 110마일(약 177㎞), 발사각 30도에 이르는 대형 홈런이었다. 오타니의 타구가 뻗자마자 메츠 우익수는 정면만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을 정도로 홈런이 확실했다.
2018년에 빅리그에 데뷔한 오타니는 7시즌, 740경기 만에 일본인 메이저리거 역대 최다 홈런 대기록을 작성하며 왜 그가 슈퍼스타인지 다시 한번 증명했다. 종전 기록은 일본 거포 레전드 마쓰이 히데키의 175홈런이었다. 마쓰이는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번째 시즌을 보내던 2012년 6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175호포를 쏘아 올렸다. 개인 통산 1205경기만이었다. 오타니는 마쓰이보다 무려 465경기 더 빨리 대기록을 작성했다.
오타니는 23일 팀과 함께 휴식일을 보내고 24일 다시 홈런포를 재가동하면서 개인 통산 177홈런을 달성했다. 올해 개막 8경기째까지 홈런이 없어 걱정을 샀던 선수가 맞나 싶다. 개막 8경기 연속 무홈런은 오타니가 빅리그에 데뷔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번 달에만 홈런 6개를 몰아친 오타니는 무키 베츠와 함께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25경기 타율 0.364, OPS 1.107로 두 부문 모두 팀 내 1위기도 하다.
오타니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643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으로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7억 달러는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미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역대 최고액이었다. 2차례 MVP를 차지할 정도로 투수와 타자로 모두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내는 오타니였기에 가능한 금액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팔꿈치 수술 여파로 투수는 쉬고 있지만, 타자로는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오타니의 빅리그 커리어에 남을 타구속도 191㎞를 기록하며 177번째 홈런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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