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러시아, 손실된 정유ㆍ송유 설비 복구
11월 대선 앞둔 美, 공격적 ‘물가잡기’ 나설 듯
계절적 요인에 산업수요 점진적 감소
올여름 국제유가의 내림세를 점치는 분석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JP모건체이스 분석 등에 따르면 최근 유가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오히려 미국을 시작으로 올여름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다양한 배경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첫 번째로 꼽히고 있다. 앞서 이란 공습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공격을 우려했으나 양국 모두 확전 가능성을 경계해 과잉 대응을 자제하면서 그 가능성이 잦아들었다. 국제유가와 관련해 커다란 불확실성이 제거된 셈이다.
올해 들어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자 국제유가는 지속해서 상승했다. 이미 공급이 충분했음에도 주요국의 비축유 확보가 원인이었다. 중동에 대한 불안이 완화하면서 각국의 비축유 경쟁도 약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의 정유와 송유설비 일부가 기능을 잃었다. 이들 설비 대부분이 개전 2년여 만에 복구되면서 본격적인 공급이 재개됐다.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출 규제와 가격 상한제 등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인도와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는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들여오고 있다. 이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면 공급망 분산 효과로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유업체들도 연례 봄철 유지보수를 마치고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세 번째, 미국의 정치적 요인도 기름값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인플레이션, 무엇보다 기름값이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셰일유의 대대적인 증산을 용인하거나 장려할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요인에 산업 수요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도 유가 하락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IA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미국 수요를 시사하는 휘발유 제품 공급량이 지난주 하루 840만 배럴로, 일주일 전의 870만 배럴에서 줄었다.
미국 유류가격 분석기업인 개스버디닷컴의 패트릭 한 애널리스트는 “내달 29일 미국 현충일 연휴를 앞두고 몇 주 동안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여름 유가 하락에 대한 전망은 투자업계에서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주요 투자자들는 4월 셋째 주부터 유가 하락을 기정사실로 여기며 투자 빈도를 줄였다. 로이터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자업체들은 17일까지 7거래일 동안 500만 배럴에 달하는 미국 휘발유 선물과 옵션을 매도했다”라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것과 달리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한 베팅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