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범야권이 188석, 국민의힘 108석을 얻으면서 좌파 성향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겨우 확보했지만 좌파가 입법부를 완전히 장악하자 세계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한강의 기적은 끝났는가?”라는 분석 기사를 실어 위기 경고음을 발신했다.
이 기사에서 FT는 한국식 국가주도 성장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는데 사실 윤석열 정부의 ‘역동경제’란 바로 연금, 교육, 노동,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그런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FT가 “차기 대선이 있는 2027년까지 3년 이상 (대한민국의) 정국이 교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듯이 이제 여당의 총선 패배로 이런 개혁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정치가 경제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남미식 포퓰리즘 정책 조짐
이제 대한민국에서 각종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 그리고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어긋난 부동산 관련 정책들을 펼쳤다가 크게 실패하는 경험을 했음에도 똑같은 논리와 유사한 ‘현금 뿌리기’ 정책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런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회사의 이례적인 적자로 삼성전자가 내던 수십조원의 법인세수가 이번에는 전혀 거둘 수 없게 됐음에도 거대야당은 추경 13조원을 편성해서 국민 1인당 현금 25만원을 배포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의 지속가능성과 세대별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국민연금보다 오히려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 늘리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더 악화시키는 ‘조금 더 내고 많이 더 받자’는 안이 소위 ‘시민대표’ 492명 중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 안을 거대야당도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 개혁이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더 빨리 없애는 쪽으로 변질된다. 윤석열 정부는 거대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국정을 펼칠 수 있는 처지이지만,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야당과 국민의 설득에 나서서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이 모두 확보될 수 있는 연금개혁안을 내고 이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군사 안보적으로도 위험한 시기
주지하듯이 북한은 노골적인 전쟁 위협을 하면서 핵과 미사일을 연일 고도화하고 있고 동아시아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 지역으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대만 양안 그리고 한반도가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안보 불감증’에 걸려 이런 문제에 무감각해져 있다.
북한을 추종해서 이적단체로 해산된 통진당의 잔존세력이 국회에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심상치 않지만 국민들은 이에 대한 경계심도 부족한 상태다. 이처럼 국민들의 안보 위기 의식이 약화된 데에는 여러 원인들이 있겠지만, 좌파 정부들을 거쳐 오면서 국가보안법이 유명무실화될 정도로 간첩을 색출해 찾아내는 활동이 거의 없어지고 이에 더해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쳐온 것도 한 원인일 것이다.
◇거대야당, 여당과 함께 위기타개와 민생방안 찾길
이처럼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총선에서 압승한 거대야당이 남미형 포퓰리즘 즉, 약자와 시민에 대한 현금 퍼주기 식 정책을 펼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약자의 자립과 발전을 돕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의 발전을 가로막기보다는 문 정부 때도 말했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자세를 견지해서 우리 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투자할 의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나서야 한다.
또 여야 정치권이 갈등과 보복의 정치를 접고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와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최대한 넓힌 가운데 이를 타개해나갈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공언한 이후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미국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중국 봉쇄에 나섰는데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도 그런 봉쇄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반도체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국의 반도체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이런 미중 갈등과 세력 재편의 한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거액을 지원하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국제적인 기업들이 자국내 공장을 짓게 해서 반도체 생태계를 자국 안에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지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승인한 반도체 공장의 건축조차 각종 규제로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연금개혁 등 민생에서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속에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물가와 외환의 안정적 관리에 문제가 없는 범위 안에서 이자부담을 낮춰줄 방안은 없는지도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정치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해 개혁이 실종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계속 발전하고 그 속에서 국민들이 행복해지도록 여야가 정치의 장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람직한 정치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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