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은 민희진이 잘난 척하는 이상한 사람이 됐습니다. 경영권 관심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저와 뉴진스를 내버려 뒀으면 합니다.”
“주주간 계약 재협상 중 아일릿 데뷔가 기폭제”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과 현재 상황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이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간 계약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민 대표는 “내부고발을 하게 된 건 아일릿이 뉴진스와 비슷한 콘셉트로 데뷔한 게 기폭제였다”며 “내부고발 내용을 요약하자면 ESG 경영 좀 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협상을 위해 내부고발을 하지 말라고 변호사들이 말렸지만 돈을 더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내부고발을 강행했다”며 “제 내부고발에 관한 하이브 답변은 4월 22일 감사에 착수했다는 보도와 사무실 급습이었다”고 덧붙였다.
뉴진스 데뷔 전부터 의견 충돌
그는 이미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수년 전부터 의견 충돌이 빈번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방시혁 의장과 본격적으로 사이가 틀어지게 된 시점을 뉴진스 멤버가 될 연습생을 선발하고 데뷔시키기 전의 과정으로 봤다.
그는 당시 민희진 걸그룹, 하이브 걸그룹이 될 연습생을 육성하기 위해 크리에이티브는 민희진, 음악 프로듀싱은 방시혁, 매니지먼트는 쏘스뮤직이 담당하는 3자 구도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6월인가 7월인가 박지원 대표가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갑자기 저와 소성진 쏘스뮤직 대표를 회의실에서 만나 하이브 첫 걸그룹을 쏘스뮤직 차기 걸그룹으로 해야겠다고 (뉴진스 보다) 쏘스뮤직이 먼저 나가야 될 것 같다고 했다”며 “당시 하이브는 멤버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에게 양해나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캐스팅했고 내가 준 곡으로 내가 안무가와 같이 디렉팅한 안무로 연습하는 애들을 뺏어갈 거라고 생각했는지 하이브가 저를 뉴진스 멤버들 못 만나게 했다”며 “소속도 없는 멤버들은 불안해 하는데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100%를 갖지 않으면 아이들을 보내주지 않겠다고 하길래 다 양보하고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하이브, 뉴진스 홍보 못하게 막아 유퀴즈 출연”
민 대표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르세라핌 데뷔 전인 2021년 말부터 뉴진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하게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지원 대표에게 도대체 언제 뉴진스를 홍보할 수 있냐고 따지다가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록’에서 어찌저찌 뉴진스를 소개했다”며 “유퀴즈에 출연하기 전에도 박지원 대표가 전원 10대로 구성, 이미 미디어에 노출된 적 없음, 아이즈원 멤버 출신 미포함 같은 내용을 말하지 못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뉴진스를 홍보하지 못하게 하는 하이브를 이해할 수 없었다”며 “이미 주주간 계약으로 압박받고 있어 하이브를 평생 벗어나지 못할수도 있는데 뉴진스와 비슷한 아일릿까지 데뷔하면서 회사가 저를 말려 죽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물 흐려”
민 대표는 “애들이 무슨 잘못이냐”며 “다른 아티스트를 비방하려는 게 아니라 이러다 산업이 망할 것 같아서 내부고발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돌 A가 아이돌 B를 따라해서 흥행에 성공하면 모두 B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이 A와 B 양쪽에 모두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해결하려면 기업 지배구조(G)가 고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계열사 간 비슷한 콘셉트의 아티스트가 나와 자기잠식이 발생하는 상황을 직접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ESG 경영을 하라는 내부고발을 하게 된 이유는 또 있다. 민 대표는 뉴진스가 음반에 랜덤 포토카드를 함께 팔거나 음반이나 특정 굿즈(MD) 구매량으로 줄 세우는 ‘추첨형 팬사인회’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환경(E) 문제다.
민 대표는 “지금처럼 음반 판매량이 계속 우상향하려면 음반을 판매점에 밀어내고 그 밀어낸 물량을 팬사인회 같은 활동을 통해 소진하게 해야 한다”며 “이런 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기죽지 않도록 이미 음반을 산 팬덤이 같은 걸 또 사게 만들고 연예인도 힘들어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뉴진스는 랜덤 포토카드 끼워팔기나 팬사인회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며 “반면 하이브는 팬덤도 생각하지 않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 물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하이브가 올해 4월 ESG 실천을 위해 위버스앨범에 재활용·생분해 소재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위버스앨범은 CD 대신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한 플랫폼 앨범의 한 종류다. 플랫폼 앨범은 포장재부터 포토카드 등 구성품이 전부 종이로 만들어 진다.
반면 기존 음반에 들어가는 CD는 재활용되지 않는 폐기물이다.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 팬사인회는 위버스 앨범으로 응모할 수 없다. 팬사인회를 CD가 들어있는 일반 버전 음반으로만 응모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 대표는 팬사인회를 줄여 팬사인회로 소진하려 하는 CD 음반을 덜 만들게 해야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다고 봤다.
민 대표는 이어 “ESG를 실천하려면 음반을 덜 찍게 만들어야 한다”며 “종이는 원래 물에 녹는데 물에 잘 녹는 종이를 도입한다 같은 말장난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일이 반박 가치 없어…신속히 감사 응해달라”
하이브는 “오늘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내용은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나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라며 “민 대표는 시점을 뒤섞는 방식으로 논점을 호도하고 특유의 굴절된 해석기제로 왜곡된 사실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하이브는 또 “당사는 모든 주장에 관해 증빙과 함께 반박할 수 있으나 답변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 일일이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며 “민 대표가 ‘대화 제의가 없었다’, ‘이메일 답변이 없었다’는 등의 거짓말을 중단하고 요청드린대로 정보자산을 반납하고 신속히 감사에 응해달라”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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