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정상빈의 동점골로 황선홍호가 기사회생했다. 그런데 연장전에 황선홍 감독이 벤치를 지키지 못한다.
황선홍 감독이 이끈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해 펼쳐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B조를 3전 전승으로 통과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8강 상대로는 A조 2위를 기록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였다. 다채로운 전술을 활용하는 신태용 감독의 지도 아래 급성장한 인도네시아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한 수 위로 평가받았다.
조금은 수월한 8강 대진으로 여겨졌는데 의외로 고전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수비에 5명을 두는 소극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조현택(김천 상무)과 이강희(경남FC), 변준수(광주FC)를 최후방에 두고 좌우 윙백으로 이태석(FC서울)과 황재원(대구FC)이 움직였다. 중원에는 김동진(포항 스틸러스)과 백상훈(FC서울) 두 명만 뒀다. 최전방에는 엄지성(광주FC), 강성진(FC서울), 홍시후(인천 유나이티드)의 제로톱 형태를 보여줬다.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한국이 조심스러운 운영을 하는 반면 인도네시아가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하는 양상이었다. 한국은 당황해서 제대로 된 공격 전개를 펴지 못했다. 여기에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7분 만에 이강희가 뽑아낸 중거리 슈팅이 비디오 판독(VAR) 결과 오프사이드로 확인됐다. 이강희의 슈팅에 앞서 제공권 싸움을 하던 한국 선수의 위치가 문제였다.
아쉽게 선제골을 날린 한국은 전반 15분 충격적인 실점을 했다. 인도네시아가 귀화시킨 네덜란드 혼혈 공격수인 라파엘 스트라이크의 오른발 감아차기에 골망이 흔들렸다. 상대가 워낙 잘 찬 슈팅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실점이었다.
당황한 한국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31분 상대 연계 플레이에 수비가 허물어지면서 추가 실점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마르셀리노의 슈팅이 벗어나 안도했지만 사실상 실점이나 다름없던 장면 노출에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활로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다행히 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뽑아냈다. 홍시후가 오른쪽을 돌파한 뒤 올려준 크로스를 엄지성이 문전 쇄도 후 머리를 갖다댔다. 이 볼이 사앧 수비수 몸 맞고 굴절되면서 자책골로 이어졌다. 어렵사리 뽑아낸 동점골에 힘이 실릴 시점이었는데 수비 집중력이 아쉬웠다.
한국은 동점골을 뽑아내자마자 바로 실점했다. 인도네시아의 패스를 이강희와 백종범(FC서울) 골키퍼가 처리를 서로 미룬 게 화근이었다. 그 사이 스트라이크가 발을 갖다대면서 멀티 득점에 성공했다. 한국은 다시 1-2로 밀리면서 전반을 마쳤다.
전반은 완벽하게 인도네시아에 밀렸다. 45분 동안 점유율에서 49%로 열세였다. 슈팅수는 치욕적으로 다가올 정도인 1대7로 일방적으로 뒤졌다. 한국이 인도네시아 수비를 뚫는 데 애를 먹자 황선홍 감독이 후반 들어 빠르게 변화를 줬다. 이영준(김천 상무)과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 강상윤(수원FC)을 대거 투입했다. 전술도 스리백에서 4-4-2로 바꿨다.
여전히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후반에도 계속 실점 위기를 맞았다. 후반 10분 안일한 수비로 내준 크로스에 스트라이크가 수비 방해 없이 슈팅하는 장면을 내줬다. 빗나가서 다행이었지 실점이나 다름없었다.
최악의 상황까지 나왔다. 후반 23분 득점을 위해 투입했던 이영준이 상대와 경합 도중 발목을 밟은 장면이 포착됐다. 주심이 장시간 온필드 리뷰로 고심한 끝에 이영준에게 다이렉트 퇴장을 선언했다. 1-2로 밀린 상황에서 10명이 뛰어야 하는 고충을 안게 됐다.
수적 열세로 더욱 패색이 짙어지던 한국이 기다리던 골을 뽑아냈다. 후반 39분 홍윤상(포항 스틸러스)이 연결한 침투 패스를 스피드가 좋은 정상빈이 따라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침착하게 반대편 골문을 향해 깔아차면서 2-2 동점을 만들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한국은 이제 연장에서 승부를 가린다. 다만 후반 추가시간 황선홍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다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안그래도10명으로 뛰고 있어 체력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마저 벤치를 지키지 못하면서 오로지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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