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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대학 내 ‘야영 텐트’ 시위가 전미로 확산되고 있고, 시위 10일 만에 체포자가 700명을 넘어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는 반유대주의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1968년 반전 시위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이 시위가 이스라엘 지원법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 가자지구 전쟁 반대 ‘야영 천막’ 시위, 전미 81개 대학 확산, 700여명 체포
‘외부 전문 시위꾼 진입’ 속 반유대주의 구호도
2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애리조나 주립대, 인디애나대 등 3개 대학에서만 약 200명의 시위대가 체포돼 지난 18일 뉴욕 경찰의 컬럼비아대 내 친팔레스타인 야영 텐트를 철거한 후 체포된 시위대는 700명을 넘어섰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매사추세츠주 경찰은 이날 새벽 노스이스턴대 내 야영지에서 텐트를 철거하고 102명의 시위대를 체포했는데, 시위대는 체포되기 전 약 15분의 해산 시간이 주어졌고, 이들은 무단 침입과 무질서 행위로 기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십 명의 시위대는 가자지구 전쟁 반대 구호를 외쳤고, 경찰차에 야유를 보내고 야영지를 지키는 경찰들을 조롱하기도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앞서 보스턴 경찰은 에머슨대에서 시위대 118명을 체포했다. 아울러 이날 애리조나 주립대에선 대학 정책에 위반해 무단 야영지를 설치한 시위대 69명이 체포됐고, 인디애나대 블루밍턴에서는 이번주 초 33명에 이어 이날 23명이 체포됐다.
NYT에 따르면 이날까지 예일대·프린스턴대를 포함해 16개 대학에서 체포자가 나왔고, 81개 대학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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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노스이스턴대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이틀 전에 시작된 시위에 대학과 관계가 없는 전문 시위꾼(organizers)들이 침투했고, 시위대가 전날 밤 ‘유대인들을 죽여라’ 등 반유대주의적 비방을 사용했다며 “우리는 캠퍼스에서 이런 식의 혐오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24일 현재 미국 대학의 시위가 유대인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졌던 1930년대 독일 대학들을 연상시킨다고 규탄했다.
실제 컬럼비아대 학생 시위 주도자 중 한명인 키마니 제임스가 “나치·파시스트·인종차별주의자가 살 자격이 없다는 것을 우리가 매우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이치로 시온주의자(유대인)들도 이 세상에 살면 안 된다”며 “내가 시온주의자를 죽이지 않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한 동영상이 25일 공개됐다. 이에 대해 그는 그다음 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대학 내 야영지가 ‘파괴적인 외부 시위대를 위한 끌어들이는 잠재적 장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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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학생 주도 시위, 1968년 반전운동 때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잘못되지 않아”
2024 대학가 시위, ‘인티파다 혁명’ 옹호 등 친팔레스타인 구호…1968 반전 시위 ‘베트콩에 승리를’
NYT는 26일 오피니언에서 이번 대학가 시위를 1968년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과 비교하면서 ‘학생 주도 시위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렇다도 옳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위를 가까이서 취재하면서 운동의 일부 측면이 얼마나 불안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21세기 민간인을 대상으로 가장 잔인한 군사작전(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가치 있는 대의를 추구하고 있는 젊은 시위대의 행동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해결책은 오직 하나 인티파다 혁명(1987년 가자지구·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봉기)뿐이다’ 등 대학 내 시위 현장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의 구호나 전술·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 미국인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전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1968년 절정에 달했던 컬럼비아대 등 대학가 반전 시위 구호에 “우리는 베트콩 편이다.”, “하노이(월맹 정부)를 구하고 사이공(월남 정부)을 잃어라. 베트콩에 승리를” 등 역겨운 내용도 있었는데, 당시 미국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당시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5년 동안 전쟁을 지속해 3만8000명의 미국인과 수많은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인들이 무의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베트남 전쟁과 마찬가지로 하마스 소탕이라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민간인 사상자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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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대학가 시위, 이스라엘 안보 지원안 서명 바이든 재선 가도에 영향 가능성
이번 시위는 24일 260억달러(36조원) 규모의 이스라엘 안보 지원안에 서명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NYT 24일 ‘1968년 반전운동의 유령이 돌아왔다’는 오피니언에서 바이든 캠프가 시위대의 열정이 사그라들고, 대선일(11월 5일)이 가까워지고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선택이 더욱 극명해지면 민주당 유권자들이 줄을 설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는 무모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시위대와 많은 유권자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일반적인 외교정책 이상의 문제로 분노하고 있고, 많은 사람이 바이든 대통령이 방조한 대량 학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이 끝이 보이지 않고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전쟁에 개인적으로 연루돼 있다고 느끼면서 이 문제가 그들에게 입장이 쉽게 바뀌지 않는 도덕적 문제가 돼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NYT는 1968년 반전 세대가 전쟁의 참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던 최초의 TV 전쟁인 베트남 전쟁과 당시 약 200만명에 대한 징병제에 대한 분노를 바탕으로 도덕적 신념에 가지고 시위를 벌인 준비가 됐던 세대였다며 현재 대학 내 반전 시위의 중심에 선 젊은 층이 월스트리트 점령(2011년), 플로리다주의 파크랜드 학생들의 총기 규제 운동(2018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2020년) 등 시위를 삶의 배경으로 성장해 왔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을 팔로우하면서 반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하버드대학이 14일부터 21일까지 18~29세 유권자 2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7%)에 8%포인트 앞섰는데, 이는 2020년 대선 때 23%포인트 격차에서 크게 좁혀진 수치다.
베트남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3선을 포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베트남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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