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 효과로 카메라 모듈 매출이 크게 늘었다. AI(인공지능)와 자동차의 전장화 트렌드 확산에 따라 고부가 가치 제품의 확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이 컸다. 삼성전기는 2분기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는 줄지만,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며 호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갤럭시 끌고 AI·전장 밀고
삼성전기는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6243억원, 영업이익 1803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8.7%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6.9%로 동일한 수익성을 유지했다.
증권가의 기대치도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매출 2조4209억원, 영업이익 1713억원이었다. 컨센서스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000억원, 100억원 정도 높았다.
이번 호실적은 AI 확산과 더불어 갤럭시S24 등 스마트폰의 흥행이 주효했다. AI 서버 등 산업·전장용 고부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판매 증가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규 출시 효과로 폴디드 줌 등 고성능 카메라모듈 공급을 확대한 덕분이라는 게 삼성전기 측 설명이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이 두각을 드러냈다.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9% 증가한 1조1733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기의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 흥행 덕이다. 특히 갤럭시S24 울트라의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제품과 폴디드줌 카메라 등 고사양 제품 공급이 늘었다. 해외 거래선에 가변조리개가 적용된 고사양 제품 공급을 확대한 것도 긍정적이었다.
1분기 광학통신솔루션 부문 매출은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이자 캐시카우인 컴포넌트 부문의 매출(1조230억원)도 넘어섰다. 광학통신솔루션 부문 매출이 컴포넌트 부문 매출을 넘어선 것은 2020년 1분기 이후 4년 만이다.
광학통신솔루션 부문에 실적 수위를 내줬지만, 컴포넌트 부문 역시 분위기가 좋았다. 1분기 컴포넌트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9% 증가했다. 계절적 요인에 따른 전반적인 세트 수요 부진 영향이 있었지만, 산업용 MLCC와 전장용 MLCC 등 상대적으로 수요가 견조한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한 덕이다.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1분기 전년 동기보다 7.6% 증가한 4280억원의 매출을 냈다. 반도체 설계 기업 ARM 프로세서용 BGA(볼그리드 어레이) 및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자율주행 관련 고부가 전장용 FC(플립칩)BGA 공급이 늘어난 결과다. 다만 이는 전 분기와 비교하면 3.3% 줄어든 수준이다. 모바일, PC 등 일부 응용처의 수요가 둔화한 탓이다.
울트라 비중 늘자 매출 ‘쑥’
삼성전기는 올 2분기도 1분기와 마찬가지로 산업용·전장용 MLCC 및 AI·서버용 패키지기판 등 고부가품 시장 성장을 기반으로 한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삼성전기는 “2분기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요인이 있으나, PC·서버 등 주요 응용처의 원만한 수요와 매출 성장세가 지속되는 전장용 MLCC, 서버용 FCBGA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견조한 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AI·서버·전장 등 성장 시장 대응을 위해 산업·전장용 MLCC,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고부가 패키지 기판 등에 역량을 집중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계획이다.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AI다. AI의 응용처가 서버를 비롯해 스마트폰, PC, TV,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확산되며 관련 MLCC와 기판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서다.
이날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AI 서버용 MLCC와 FCBGA의 시장 규모가 작년 대비 각각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AI 관련 매출을 매년 2배 이상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고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의 전장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전장용 고부가 제품 확대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전기차 성장률 둔화에도 전장용 MLCC와 카메라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삼성전기의 관측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기차 성장률은 과거 대비 둔화했지만 올해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이 전망되며,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연기관 대비 MLCC가 최대 2배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전장용 MLCC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장용 카메라 역시 “전기차 수요는 주춤할 수 있겠으나 기술 고도화가 계속되고 있어 고성능 카메라 모듈의 수요는 지속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공급 거래선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실적도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 투자 지속
올해 투자 역시 AI·전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투자는 AI·전장 등 고객사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응용 분야 중심으로 집행할 계획”이라며 “(규모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신규 증설보다는 베트남 신공장의 수율 향상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패키지 기판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베트남 신공장은 올해 초 고객사 승인을 완료해 2분기부터 가동을 시작,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미래 먹거리인 ‘글라스 기판’을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 글라스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과 달리 표면이 평탄하고 내구성이 높아 미래형 반도체 기판으로 불린다. 현재 삼성전기는 세종 사업장에 글라스 기판 시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26년 이후 양산이 목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소재 설비 업체뿐만 아니라 관계사 협력을 통해 글라스 기판 개발을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 중”이라며 “올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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