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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숨고르기를 한 신태용 감독이 신화 창조에 재도전한다. 신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 확보에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패하며 올림픽 직행 티켓 즉시 수령에는 일단 실패했다. 인도네시아는 3·4위전에서 이라크에 이거거나 아프리카 기니와의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한다. 68년 만의 올림픽 진출까지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은 셈이다.
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적 약체인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강팀을 상대로 한 ‘도장 깨기’에 사실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강전에서 한국을 꺾으며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킨 인도네시아는 4강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 고전했지만 후반 15분 넣은 선제골이 비디오판독(VAR) 끝에 취소되는 등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파란의 주인공인 신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아시아권 강호 호주와 최근 기세가 좋은 요르단을 꺾고 8강에 오른 뒤 황선홍 감독이 이끈 고국 한국마저 누르면서 인도네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수비 뒤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노리는 ‘언더독’ 특유의 전략을 쓰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맞불을 놓으며 우세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선전하자 국내에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독일을 2-0으로 꺾었던 신 감독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 감독은 2017년 올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되면서 급하게 대표팀을 맡았고, 1경기만 패해도 위험했던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잘 막아내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본선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일부 선수들의 결정적 실수로 조별리그 조기 탈락의 아픔을 겪었지만 신 감독의 실패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러시아 월드컵 직후 감독직에서 물러난 신 감독이 동남아에서 멋지게 재기한 것과 이번에 황 감독이 올림픽 진출에 실패하며 감독 경력에 치명적 오점을 남긴 배경에는 대한축구협회의 성급한 결정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감독은 지난 2010년 당시에도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던 성남 일화를 이끌고 2010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내는 등 ‘명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감독으로 통했다. 월드컵 진출이 위험해지자 이런 한국 축구의 자산을 임시방편으로 대표팀에 불러 1년 만에 ‘소진’해버렸다는 비판에서 축구협회는 자유롭지 않다.
축구협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고 올림픽 대표팀의 황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에 겸직시키는 졸속 대책을 내놨고 결과적으로 올림픽 대표팀의 실패만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는다. 또 하나의 자산인 황 감독 역시 재기를 위해선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을 외면하고 황 감독을 바람막이로 쓴 뒤에도 확실한 쇄신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축구협회에 대해 이제는 최종 책임자인 정몽규 회장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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