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미국 대학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천막 농성 참여자 1700명이 체포된 가운데 친이스라엘 단체가 난입해 폭력을 행사한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농성장에서 경찰의 늦장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대량 체포와 강경 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만 차기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과 접전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말을 아끼고 있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지난주 들어선 뒤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였던 천막 농성장 주변에서 주말부터 반대 시위를 벌이던 친이스라엘 단체 구성원들은 전날 오후 11시께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막대기와 방망이를 들고 농성장으로 진격했다.
이들은 천막 농성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설치된 나무 판자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농성 참여자들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구타했으며 농성장에 폭죽을 던지도 했다. 대학 쪽은 이 과정에서 병원에 입원한 1명을 포함해 15명이 다쳤다고 집계했지만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주최 쪽은 25명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최근 미 대학들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 참여자들이 대거 연행되고 경찰 및 보안 인력들이 농성자들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스라엘 단체가 폭력을 휘두른 현장에선 유독 경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UCLA 학생신문 <데일리 브루인>에 따르면 농성 참여 학생들은 보안 인력이 근처에 있었지만 친이스라엘 단체의 공격을 막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공격 발생 2시간 뒤인 1일 오전 1시15분께지만, 경찰이 개입해 상황이 정리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2시간이 더 지난 오전 3시30분께였다.
현장에 있던 캘리포니아 비영리 언론 <칼매터스> 기자는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 약 한 시간 동안 폭력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고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개빈 뉴섬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실은 성명을 내 “간밤 UCLA에서의 제한되고 지연된 캠퍼스 내 법 집행 대응은 용납될 수 없다”며 “해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진 블록 UCLA 총장은 “지난밤 한 무리의 선동자들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설치된 천막 농성장에 물리적 공격”을 가했고 “농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우리 학생, 교수,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이러한 공격은 전혀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했지만 공격자들이 누구인지와 학교 경찰의 대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UCLA는 1일 수업을 취소했다.
외신들은 간밤 UCLA 농성장 폭력 사태로 인해 체포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로스앤젤레스 경찰국과 대학 쪽에 관련해 질문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1일 오후 경찰은 UCLA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장에 해산을 요구하며 거부시 체포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수십 명의 경찰이 인근에 배치된 가운데 많은 학생들이 농성장을 떠났지만 수백 명은 자리를 지켰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학 시위가 몇 주간 이어지며 경찰 진압이 더 강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플로리다를 포함해 여러 주에서 경찰이 대학 시위 해산에 최루탄을 사용하고 있으며 1일 체포가 진행된 위스콘신 매디슨대에선 교수가 이마에 피를 흘리는 상태로 구금됐다고 덧붙였다.
체포됐던 팔레스타인인 사메르 알라투트 위스콘신대 공동체·환경 사회학 교수는 위스콘신 공영라디오(WPR)에 이마의 상처는 경찰 방패에 여러 번 맞아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1일 경찰은 뉴욕 포덤대 농성장에 헬멧 및 곤봉을 장비한 채 진입해 시위를 해산시켰고 참여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평화로운 농성장에 경찰들이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채 진입했다고 비난했다.
포덤대 체포 현장은 24시간 동안 뉴욕 경찰이 덮친 세 번째 대학 시위 현장으로 앞서 컬럼비아대와 뉴욕시립대에서 시위 참여자 300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신문은 지난달 18일 컬럼비아대에서 100명 이상 대량 체포를 시작으로 2주간 팔레스타인 연대 천막 농성 참여자 1700명 가량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대학가에서 대량 체포 및 강경 진압이 이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자말 보먼 미 하원의원은 1일 “내가 11살 때 단지 미국에 사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 폭력의 희생자가 됐다. 이제 나는 그 잔혹함이 컬럼비아대와 미국 전역의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볼커 투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도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 미국 대학들에서 시위를 해산하기 위해 취해진 일련의 강경 조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는 사회의 근간이며 특히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의 분쟁과 같이 주요 문제에 대해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며 대학 당국과 법 집행 당국자들이 취한 조치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시위 참여자들을 “소수의 학생 집단”으로 칭하며 관련 질문을 일축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일 언론 브리핑에서 뉴욕 대학 시위에서 일어난 체포가 적절한 행동이었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대학들이 결정할 일”이라며 “우리는 학생들이 학업 경험을 쌓는 것을 방해하는 소수의 학생 집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학 시위에 관해 대체로 침묵하며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접전을 벌이고 있어 친팔레스타인 성향 젊은이들과 친이스라엘 성향 고령층 양쪽 모두 잃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시위에 대한 양극화된 강한 발언이 점점 더 많이 나오며 바이든 대통령의 침묵이 도드라지기 시작해 이를 더이상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미 하원은 더 나아가 1일 반유대주의의 법적 정의를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상원에서도 가결되면 “이스라엘 국가를 유대인의 집합체로 보고 표적으로 삼는 행위”도 반유대주의의 법정 정의에 포함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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