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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한국 정부, 이·팔 전쟁에 일관성 있는 태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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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가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 체크무늬 두건(카피예)을 두르고 투데이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가 팔레스타인 전통 복식 체크무늬 두건(카피예)을 두르고 투데이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이수민 기자】 “파리 강화회의에서 한국 독립에 관심을 가져달라 외쳤던 김규식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언 100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때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는 과거 조선이 일제강점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했던 그 행동들이 지금 팔레스타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같이 전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은 미적지근하다. 선공격의 주체인 하마스에 무게가 실리거나 전쟁 현황을 보도하는 보도 형태의 기사가 대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입장에 대해 기고를 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및 이스라엘 가자지구 학살 규탄 집회를 여는 뎡 활동가의 행적은 인상적이다. 그는 친팔레스타인 단체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20년째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한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관계 확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해 역사적 배경을 논하고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람들이 이 전쟁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투데이신문사에서 뎡 활동가를 만나 그의 지난 활동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현황,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언론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뎡야핑이다. 20년째 팔레스타인 연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Q. ‘뎡야핑’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이유는.

이스라엘에 입국 금지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의 하나로 팔레스타인 현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군사점령 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가려면 무조건 이스라엘을 통해야 한다. 나처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활동을 하게 되면 입국 금지 대상이 될 수 있어서 ‘뎡야핑’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거다. 같은 이유로 우리 단체 활동가들은 모두 별명을 사용한다.

Q.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기본적으로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갈등 상황에 관심이 많다. 역사적으로 과거의 일이든 동시대의 일이든 정의와 해방을 위해 싸우는 모든 일에 관심이 많아서 팔레스타인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Q.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우리 단체는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에 연대하는 단체다.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팔레스타인 현장에 가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활동가들을 팔레스타인에 보내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한국 사회에 팔레스타인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BDS 운동이다.

Q. BDS 운동은 무엇인가.

Boycott(보이콧), Divestment(투자철회), Sanction(제재)의 약자로,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한 운동이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시트러스나 오렌지, 자몽 등이 한국에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런 것들이 포함된 음료를 보이콧하는 것이 있다. 또, BDS 운동의 일환으로 HD현대 기계 수출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캠페인은 약 10년 전부터 이스라엘군이 HD현대 굴착기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가옥 강제철거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했다. 작년에는 국제 엠네스티와 함께 HD현대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의서를 보내기도 하고, 현대 사옥 앞에서 이스라엘 무기 거래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BDS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 ⓒ투데이신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 ⓒ투데이신문

◆ 이·팔 전쟁의 역사적 배경 제대로 알아야

2000년 전 유대인들이 로마에 의해 쫓겨나 전 세계 곳곳에서 흩어져 사는 동안, 유대인이 떠난 땅에는 아랍인들이 정착했다. 팔레스타인 땅은 기원전은 유대인의 땅, 기원후는 아랍인의 땅인 것이다. 유대인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시온(예루살렘)에 국가를 세운다는 시온주의 운동을 벌이며 팔레스타인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영국은 아랍인들의 군사협력을 얻기 위해 1915년 ‘맥마흔-후세인 협정’으로 그들의 독립국을 약속한다. 그러나 전쟁에 이기기 위해 유대인의 자본력도 필요했던 영국은 1917년 벨푸어 선언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한다. 이러한 이중계약에 따라 팔레스타인에 수많은 유대인이 유입된다. 결국 유엔 총회는 1947년 팔레스타인의 56%를 유대 국가에, 43%를 아랍 국가에 할당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당시 아랍인은 87.5%, 유대인은 6%의 땅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아랍인들은 이 분할안을 거부했으나, 이를 받아들인 유대인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건국을 선포한다.

Q.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각각 설명해 준다면.

우선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0월 7일에 이·팔 전쟁이 시작된 것처럼 말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2023년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님을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 이 모든 문제는 1948년 5월 14일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이 1948년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추방하고 이들의 거주 공간을 파괴했다. 이렇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난민이 되어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으로 밀려 나갔다. 그 이후 1967년 이스라엘은 인접한 아랍국가와 전쟁을 벌인다. 이를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이라고 부르며,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서안지구(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 등을 불법 군사 점령한다. 이스라엘은 군사점령을 시작하면서 기존에 살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전부 다 쫓아낼 수 없으니 이들을 차별하는 제도를 만들어 낸다. 이른바,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이다. 아파르트헤이트란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잔인한 차별 대우를 가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2002년에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이나 동예루살렘에 사는 사람과 혼인해 지위를 취득할 수 없다는 법을 제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들은 이스라엘에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정당인 하마스나 다른 무장 세력 단체에서 해방 운동을 계속 펼치고 있다. 과거 조선이 일본에 맞서 싸웠던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주민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지난해 10월에 이뤄진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어떤 배경에서 이해해야 할까.

2023년 10월 7일에 있었던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무차별적 무력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군사작전은 이스라엘 인질을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맞교환하는 목적에 따라 진행된 것이다. 작전 전, 하마스는 이스라엘 병사 4명을 붙잡고 있었고 그들을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하려 했으나, 이스라엘이 거부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용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은 ‘행정 구금’이라는 이름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을 구금한다. 행정 구금이란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기소나 재판 절차도 없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무기한 가두는 방식이다. 지난해 9월 행정 구금으로 이스라엘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1200명이다. 그 외 나머지 재판을 받은 사람까지 합치면 총 5000명이 교도소에 갇혀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7일, 하마스는 인질 교환의 목적으로 군사작전을 시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공격에서 너무 많은 이스라엘 민간인 희생자가 나왔다. 그분들이 사망한 장소인 가자 지구 주변 정착촌은 무장한 민병대가 항상 상주한다. 해당 장소는 가자지구 바로 옆으로, 봉쇄를 17년 동안 당한 마을이다. 사실상 전쟁 지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10월 7일에도 그들이 팔레스타인 전투원과 교전을 벌였다. 다시 말해 언론에서 언급한 민간인 사망자 700명 중 대다수는 민병대였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스라엘 언론도 그날 이스라엘 군과 팔레스타인 전투원이 교전 중에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다수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서방 언론에서는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하마스의 집단 학살로 사망했다는 보도만 주를 이뤘다.

Q. 그래도 하마스의 지나친 무력 행사는 용인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선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하마스가 알려진 것보다 무력 사용을 무차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마스의 을 보면 하마스 전투원들에 의한 40명의 아기 참수나 여성 강간 등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마스 전투원의 대규모 강간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면서, 이스라엘이 이러한 주장을 선동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마스가 낸 보고서만 봐도 하마스의 무력 행사가 무차별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무장 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는 비판의 포인트가 될 수 없다. 1994년 4월 27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우월주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완전 폐지한 넬슨 만델라는 “투쟁의 방식을 결정짓는 건 우리가 아니라 압제자들이다. 압제자들이 폭력을 사용할수록 우리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투쟁의 방식은 투쟁의 주체자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 한국인들은 과거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이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의 무장 투쟁 독립군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배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마스가 휴전 제안 수용 발표 후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이스라엘 정부에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마스가 휴전 제안 수용 발표 후 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시위대가 도로를 막고 이스라엘 정부에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협상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Q. 이번에 제시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안은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휴전안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마 미국의 태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휴전안 전개 과정을 보면, 하마스는 ‘영구휴전’을 원하고, 이스라엘은 인질과 수감자 교환을 위한 ‘일시 휴전’을 원한다. 또한 이스라엘은 이스라엘 가자 지구 전면 철수 항목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휴전안을 거부하고 있다.

중요한 건 미국의 의지다. 솔직히 이 전쟁 휴전안은 미국 전화 한 통이면 바로 결정 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라파의 피난민 140만명을 대피시키면 라파 공습이 가능하다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라파 공격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미국이 이렇게 모호하게 입장을 보이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이번 협상안에서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협상하라고 시키면 하는 거다. 이스라엘 의지는 크게 상관없다.

4월 2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캘리포니아주립대(UC) 어바인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연사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월 25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캘리포니아주립대(UC) 어바인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학생들이 손팻말을 들고 연사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미국과 이스라엘,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Q. 안보리의 결의가 내려지는 것처럼 국제사회에서도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유는 미국 때문일까.

그게 제일 중요하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왜 그렇게 전폭적으로 지지하는지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미국의 유대인 로비 단체인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영향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내막에는 중동 영향력 행사라는 미국의 야망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만약 중동에 이스라엘이 없었으면 중동 역내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을 발명했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이스라엘이 미국 말을 안 듣는 것처럼 나오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미국이 안 될 것 같다고 하는 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대(對) 이스라엘 미국의 정책 틀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이 전쟁을 미국의 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전폭적으로 무기를 지원한다. 이스라엘이 작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미사일을 다 써서 급하게 무기 보급이 필요한 상태였는데, 이 상황에 미국이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주한미군 무기고에 있던 미사일을 급히 보내줬다. 심지어 폭탄이 없을 때는 한국전쟁 때 쓰고 남은 폭탄을 보내줬다고 한다.

또한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원 방식 자체가 미국의 이해관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의를 표하는 미국 공무원들도 많다. 미국 정계가 아니더라도, 미국 대학가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걸 보면 이·팔 전쟁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대이스라엘 무기수출 규탄 5.2세계 공동 행동의 날에 용산 대통령실 및 국방부 앞에 모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와 한국시민사회 활동가들. [사진제공=국제엠네스티한국지부]
대이스라엘 무기수출 규탄 5.2세계 공동 행동의 날에 용산 대통령실 및 국방부 앞에 모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와 한국시민사회 활동가들. [사진제공=국제엠네스티한국지부]

◆ 친미 국가 한국, 이제는 팔레스타인 위해 나서야

Q. 한국이 팔레스타인 관련 유엔 결의를 대부분 기권했는데, 한국은 친이스라엘 성향을 띄고 있다고 봐야 할지.

한국은 그냥 친미 국가다. 특히 외교 안보 관련해서는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게 전부인 것 같다. 그래서 미국과 같이 반대하거나 미국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기권하는 것 같다. 이스라엘이 미국은 우리의 대리 행위자라고 말할 정도이니, 한국은 친이스라엘일 수밖에 없다.

Q. 올 4월 18일 팔레스타인 유엔 정회원국 표결에 한국이 찬성했다. 이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글로벌 사우스를 겨냥한 의도라는 외교부 관계자의 말도 있었다.

한국 정부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자지구의 집단 학살을 멈출 수 있는 수단이면 작은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이번 팔레스타인 유엔 정회원국 표결도 가자지구의 학살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라 한국 정부가 찬성표를 던진 것은 옳은 행동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일관적이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약 710억 원에 달하는 무기를 이스라엘로 수출했다. 근데 한국 정부는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 것은 비판한다. 사안마다 너무 다른 반응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일관되게’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지지하고, 무엇보다 무기 수출을 중단해서 실질적으로 팔레스타인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한다.

Q. 이·팔 전쟁에 대한 동아시아의 반응은 왜 각기 다를까.

각 국가가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선 일본은 한국이랑 똑같이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미국 외교 노선을 충실히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도 가끔은 원유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상황을 고려해서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는 독자노선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하마스에 대한 직접적인 규탄을 피한다. 두 국가 해법의 이행, 조속한 휴전, 민간인 보호 등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또 이스라엘의 반격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근데 대부분 이것은 중동지역에서 특히 아랍국가들과 연대를 위한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중국의 이러한 입장은 상식적인 수준이다. 당연한 얘기를 반복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Q.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과 태도를 취하는 게 좋을까.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만 줄여도 좋을 것 같다.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거나 북한에 군수 물자로 사용될 수 있는 전략 물자를 수출 금지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기 때문에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앞서 외교부 관계자가 말했던 것처럼 글로벌 사우스에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한국도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 ⓒ투데이신문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뎡야핑 활동가 ⓒ투데이신문

◆ 이·팔 전쟁, 한국인에겐 ‘지루한 국제뉴스’

Q. 한국 시민의 입장은 어떠한 것 같은가. 20년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반응도 많이 봤을 텐데.

작년 10월 7일에는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로 인해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비난하는 분들이 많았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서구 언론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비판하는 보도를 하기도 하고,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자 주민 2만1600여 명이 숨졌다는 소식도 전하고 있다 보니 이스라엘에 문제가 많다는 인식을 하는 분들이 늘어났다.

Q. 20년 전보다 이·팔 전쟁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들이 늘어났다고 보는가.

압도적으로 관심이 많아진 건 아니다. 그래도 2023년 10월 7일을 기준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전쟁 초반 정도에 집단 학살 강도가 너무 심하니까 그런 관심이나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던 측면도 있다. 현재는 전쟁이 7개월 차에 접어들다 보니 이·팔 전쟁을 ‘지루한 국제뉴스’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Q. 대부분 사람들은 미디어로 전쟁을 접하는데,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가 그동안 이·팔 전쟁을 어떻게 다뤘는지, 앞으로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언론에서 관련 기사를 낼 때마다 1967년부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군사점령하고 있다는 사실관계를 한 줄이라도 써줬으면 한다. 이것만 들어가도 뉴스를 본 독자들이 이·팔 전쟁의 전체 맥락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기사를 쓸 때 최소한의 검증을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직접 팔레스타인에 직접 가서 취재할 수 없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SNS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한 부분도 많다. 이스라엘 말만 보도하지 말고, 하마스나 팔레스타인 독립군들이 하는 말도 다 담아줬으면 좋겠다.

특히 하마스를 묘사할 때 항상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세력으로 표현한다. 근데 이건 잘못된 거다. 하마스는 2006년 당시 선거로 선출된 집권 정당이다. 이때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은 미국이 파타(기존 집권 정당)를 부추겨서 쿠데타를 일으키게 한다. 내전의 끝에 파타는 서안 지구를 통치하고, 하마스는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것으로 결정한 거다.

그렇다고 내가 하마스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내가 그들이 아랍인이라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서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테러리즘의 편도 아니다. 그저 정의와 해방의 편에 서 있는 것뿐이다. 나는 세속주의자기에 이슬람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저 이 모든 걸 떠나서 팔레스타인의 민족 해방 운동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족 해방 운동 세력인 것에 초점을 맞췄다.

Q. 한국은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기억하고 있고, 이스라엘이 내세우는 국가 안보 논리보다 평화적 생존권과 인간 안보를 찾겠다는 팔레스타인의 목소리가 더 가까이 다가오기 마련일 것 같은데, 왜 한국 시민들은 여기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했을까.

다른 세계랑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무뎌진 이유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건 한국 사회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해당하는 문제다. 

1919년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님은 파리 강화회의에 한국의 독립운동을 알리기 위해 파견됐다. 근데 막상 회의장에 가보니 다른 나라들은 한국에 큰 관심이 없었다. 김 선생님은 독립을 위해 그렇게 노력해도 바뀌는 것은 없다며 울분을 터뜨리셨다. 약 100년 전 조선의 상황과 지금 팔레스타인의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이 지리적으로 멀기도 하고, 그들과 접점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김규식 선생님의 외침을 생각하면 이·팔 전쟁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파리 강화회의에서 한국 독립에 관심을 가져달라 외쳤던 김규식 선생님의 목소리가 어언 100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때다.

Q. 이러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어떠한 활동을 계획 중인가.

한국 사회랑 팔레스타인 사회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할 예정이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책을 번역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를 매개로 가까워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가자지구 관련해서 발제할 때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랑 얼마나 똑같이 살고 있는지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자지구에서 죽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다.

Q.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에 대한 한국 시민의 반응은.

집회나 행진할 때 좋은 반응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응원해 주시거나 지지한다고 음료수 같은 거 사다 주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격주로 주말마다 가자지구 집단 학살 규탄 집회를 계속할 것이다. 1인 시위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꾸준히 하고 있다.

오는 9일에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인 팔레스타인 내 유엔 기구가 만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점령 현황이 포함된 가자지구 지도를 번역하여 사람들에게 한글로 표기한 지도를 드리고, 언론에도 해당 지역의 표기 방법을 안내해 드릴 예정이다. 이·팔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이스라엘 규탄 집회는 계속될 거다. 예술 및 문화 분야에서도 힘을 써볼 것이다. 팔레스타인 책으로 북토크도 열고, 시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활동할 계획이다.

CP-2022-0036@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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