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9·샌디에이고)은 지난해 6월과 7월로 이어지는 시기 말 그대로 폭발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한국인 선수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인 16경기 연속 안타가 이 시기에 나왔고, 올스타 가능성이 거론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실제 김하성은 지난해 6월 27경기에서 타율 0.291, 7월에는 24경기에서 타율 0.337, 출루율 0.449를 기록하며 대폭발했다. 하위 타선에 있던 타순 또한 1번이나 상위 타선으로 당겨지는 등 샌디에이고는 좋을 때의 김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문제는 체력이었다. 좋을 때 계속 나가는 건 좋은데, 무더운 시기에 매일 경기에 나가다보니 점차 체력이 고갈됐던 것이다.
다른 선수들은 가끔씩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지명타자로 나서기도 하는 등 체력 안배를 했지만 김하성은 그렇지 않았다. 매일이 상위 타순이자 선발 2루수 혹은 다른 포지션의 선발 출전이었다. 심지어 7월 중순쯤 되자 밥 멜빈 당시 감독도 “김하성의 체력이 걱정된다”라고 했지만, 김하성의 활약이 너무 좋았고 팀 성적도 좋지 않았기에 매일 라인업에 넣는 고리가 반복됐다.
그 결과 김하성은 시즌 막판 체력적인 부담이 드러나며 타구가 죽기 시작했고, 시즌 끝에는 원인 모를 복통까지 겹쳐 쉬는 등 쉽지 않은 시기를 보냈다. 김하성의 체력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도 시작부터 혹사 조짐이다. 올해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로 자리를 옮긴 김하성은 팀이 치른 39경기에 모두 나가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그것도 모두 유격수였다. 리그에서 김하성만큼 혹사 당하는 야수를 찾아보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 김하성은 8일(한국시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수비 이닝이 많은 야수다.
김하성은 8일까지 총 343⅓이닝 동안 수비를 했다. 이는 팀 동료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337⅓이닝)에 앞선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그런데 타티스 주니어는 우익수다. 같은 이닝을 뛰어라도 우익수와 유격수의 체력 부담이 같을 수는 없다.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로 한정하면 전체 2위가 마커스 시미언(텍사스), 유격수 2위가 앤서니 볼피(뉴욕 양키스)로 각각 321이닝인데 김하성은 22이닝이나 더 많다.
물론 샌디에이고가 서울시리즈에 나서 타 팀 모두 두 경기 정도 더 많은 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경기 18이닝보다 더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은 김하성의 독보적인 혹사(?)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에서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하는 만큼 공격에도 영향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김하성은 OPS(출루율+장타율)는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타율(0.260→0.210)과 출루율(0.351→0.317)에서는 지난해보다 많이 떨어진 수치를 기록 중이다.
샌디에이고는 최근 마이애미와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2루수이자 내셔널리그 2년 연속 타격왕인 루이스 아라에스를 영입했고, 자유계약선수 시장에 있던 베테랑 내야수 도노반 솔라노를 영입해 내야를 강화했다. 실제 두 선수는 영입 이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두 선수 모두 유격수는 아니다. 아라에스는 어차피 유격수가 안 되는 선수고, 솔라노도 예전에는 유격수를 봤지만 지금은 코너 내야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한다.
김하성이 휴식을 취할 때 잰더 보가츠를 다시 유격수로 뛰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일단 샌디에이고는 아직 이 방법을 쓰지 않고 있다. 그만큼 김하성의 수비력에 신뢰를 표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대로 가면 김하성의 방전은 불 보듯 뻔하다. 그 어떤 메이저리그 유격수도 162이닝을 풀로 뛸 수는 없다. 정말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능력을 다 뽑아 먹고 트레이드시킬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관리 방법을 찾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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