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공룡들이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면서 의·약학 분야 AI 중요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약개발과 질병 진단 등 효율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AI 활용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면서 다수의 기업들이 관련 산업에 뛰어든 상황이지만, 눈에 띄는 혁신을 보이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의사가 직접 현미경을 통해 진단을 내려야 했던 암 검사 과정에 AI를 접목, 최종적인 암 확진 판정뿐 아니라 진행 과정까지 예측하게 돕는 기술을 개발한 국내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특허청이 선정한 글로벌 의료 AI 100위 기업 중 20위에 선정, 특허 출원 수로는 삼성에 이어 국내 2위를 기록 중인 딥바이오가 그 주인공이다. 이에 IT조선은 김선우 딥바이오 대표이사(CEO)를 직접만나 딥바이오의 혁신성과 추후 사업 전략 등을 알아봤다.
딥바이오는 2015년 10월 창업한 딥러닝 메디컬 솔루션 기업이다. 딥바이오를 이끌고 있는 김선우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학사를 졸업 후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캠퍼스(UC Irvine)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뒤 미국 기업을 거쳐 네이버, KT 등 다수의 IT회사에 몸담으며 경험을 쌓아왔다.
김 대표는 “KT 전략기획실 소속 해외투자 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딥러닝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경험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며 “암 조직검사를 시행할 때 아직까지 유리 슬라이스를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고, 이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할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딥바이오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레이(Xray) 등의 자료를 기술적으로 분석하는 기존 AI 의료영상 기업과 달리, 조직 검사 후 최종 암 확진을 판정하는 병리학과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김 대표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인 유리 슬라이드 세포는 최초 검사 후 지하 창고에 보관되면 다시 찾아 분석하기 어렵고, 암 환자의 중증도나 예후 예측도 의사마다 다르게 분석해 정량화가 쉽지 않은 분야다”라며 “이러한 진단과정을 디지털화해 의사들의 진단 편의성을 높이고 나아가 전 세계에서 수집한 대형 데이터를 통해 암 판정 확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딥바이오는 세계 최초 전립선암 중증도 구분을 보조하는 의료기기 DeepDx-Prostate Pro(딥디엑스 프로스테이트 프로)와 해외향 제품이자 유럽 의료기기 인증(CE-IVD)을 획득한 DeepDx- Prostate(딥디엑스 프로스테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딥디엑스 프로스트테이트는 전립선암 조직학적 중증도를 5개로 등급화해서 보여주는 암 진단 솔루션으로, 국내를 비롯해 스위스 등 해외 국가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이다.
딥바이오가 전립선암에 집중하는 이유는 아직 유리 슬라이드 방식 조직검사가 표준인 암종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리 슬라이드 이미지는 Xray 이미지보다 디지털 저장 용량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요구해 딥러닝 기술을 구축하기 매우 까다로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딥바이오는 전 세계 다양한 병원, 클리닉과 협업하며 전립선암 조직들을 수집하기 시작,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한 뒤 암 판정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AI를 개발해 솔루션 완성도를 높여 나아갔다.
김 대표는 “전통적인 전립선암 진단의 경우 암의 분화도(심해지는 정도) 패턴에 따라 암을 판정하는데, 패턴 3부터(숫자가 높을수록 암의 크기가 커짐) 암이 있는 것으로 판정한다”며 “막 발병하기 시작한 패턴 3의 경우 의사가 직접 관찰할 시 암을 놓치는 경우가 존재하지만, 자사 제품은 민감도 99%, 특이도 97% 정도의 높은 정밀도를 기록했다”고 했다.
더불어 딥바이오가 활약할 주 무대는 미국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보험청(CMS)은 수가를 적용하기 위한 디지털 병리학 코드 13개를 생성, 올해 30개를 추가하면서 수가 체계가 구축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에는 전립선 예후를 진단하는 AI 기업이 CMS로부터 보험수가를 받는데 성공해 수익 창출을 시작하기도 했다.
미국 전립선암 시장 규모와 높은 수가도 딥바이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한 예정이다. 현재 미국 전립선 진단 보험 수가는 한화 기준 55만원에서 82만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한해 미국인 100만명 이상이 조직 검사를 실시한다는 통계를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7000억대를 형성 중이기도 하다.
딥바이오는 미국 시장 1%만 점유해도 100억대 매출이 보장되므로, 수가 획득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해 간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김 대표는 “디지털 병리학에 기반한 암 분석 AI솔루션을 미국 시장에 적극 내놓으려는 딥바이오로서에게는 최근 미국 상황이 고무적이다”며 “내년 혹은 내후년을 목표로 미국 시장에 AI진단보험 코드를 받아 본격적인 시장공략을 시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미 미국에서는 혁신성을 인정받아 바이든 행정부에서 진행하는 캔서엑스 이니셔티브 멤버로 가입된 상태이며, 국내 AI 의료 기업 최초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하는 CES 혁신상을 수상했다.
올 초에는 티트 리살로 에스토니아 경제정보 기술장관과 만나 현지 의료 디지털화 인프라 구축방안과 암진단 환경 개선에 대한 협의 방안을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딥바이오는 올해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기업 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빅파마와 협업을 논의 중이며, 국내외 영업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무수한 경험을 통해 아무도 풀어본 적 없는 문제에 도전해 결과를 내고, 성공한 경험들을 지속적으로 쌓아왔다”며 “항상 새로운 문제 해결에 도전하고 그 노력의 결실을 맺어 오늘날 업계에서 인정받는 회사를 구축한 만큼, 미국 내에서도 입지를 굳힐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