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업계에서 양대 산맥으로 평가되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과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Kering)그룹 회장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재대결을 예고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품 업계에 따르면 피노 회장이 이끄는 케링의 지주사인 아르테미스는 지난해 9월 미국 할리우드의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의 대주주가 되었다. CAA는 피노 회장의 아내인 셀마 헤이엑이 대표로 있는 회사다. 톰 행크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등 유명인들이 대거 속해있는 기획사다. 피노 회장은 “회사가 글로벌 기획을 창출하는 데 있어 CAA가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인 앙투안 아르노와 그룹 북미 사업부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니쉬 멜와니가 엔터테인먼트 벤처 회사를 설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LVMH 그룹은 전략적 비즈니스 컨설팅 기업 슈퍼커넥터 스튜디오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22 몽테뉴 엔터테인먼트(22 Montaigne Entertainment)’를 출범시켰다. 22 몽테뉴는 프랑스 파리의 LVMH 그룹 본사 주소다.
두 그룹이 잇달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명품 산업과 더 긴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명품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간의 시너지는 커지고 있다. 비욘세나 리한나 같은 유명인들이 패션 행사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지고, 미국의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뷔통의 남성복 디자이너에 임명된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케링 그룹이 CAA를 인수했을 당시 블룸버그는 “피노 회장이 CAA에 소속된 유명인들을 활용해 다른 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십 년 전 구찌(GUCCI) 인수를 위해 경쟁했던 두 가문의 모습이 회자되고 있다. 아르노 LVMH 그룹 회장은 1990년대에 구찌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10년 가까이 구찌 인수에 공을 들였었다. 그러나 절친이었던 피노 회장이 1999년 3월 돌연 구찌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두 사람의 경쟁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었다.
당시 아르노 회장은 피노 회장의 경영권 인수가 발표되기 두 달 전 14억 달러를 들여 구찌 주식 34% 이상을 매수해 둔 상황이었다. 구찌의 경영권 인수가 발표되자마자 아르노 회장은 “피노 가문이 LVMH를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사실 도메니코 데 솔레 구찌 CEO가 피노를 먼저 찾아가 ‘백기사’가 돼 달라고 요청한 것이지만, 두 가문의 경쟁은 명품 업계의 전설이 되기에 충분했다.
다만 25년 전 구찌를 가져오며 승기를 잡았던 피노 가문은 현재 아르노 가문에게 뒤처지는 상황이다. 구찌가 디오니소스백 등으로 한창 인기가 있었을 때 케어링 그룹은 ‘희소성’ 대신 ‘매출’을 선택했고, 그 결과 구찌는 현재 ‘아울렛 브랜드’라는 굴욕적인 수식어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노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잇따라 나오는 중이다.
반면, 아르노 가문은 루이뷔통, 셀린느, 티파니앤코, 디올 등 여러 명품 브랜드들을 밀도 있게 관리하며 차근차근 몸집을 불렸다. 현재 매출 면에서도 케링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올해 1분기 LVMH의 매출은 206억9400만 유로(약 30조4370억원)로, 케링의 1분기 매출(45억 유로)보다 4배 넘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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