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이진원 객원기자] 미국 법무부가 16일(현지시간) 마리화나(대마초) 규제 완화안을 발표했다. ‘50년 만에 최대의 의약품 개혁’이란 평가를 받는 이 안이 시행되면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만성 통증, 의학적 질환과 관련된 거식증, 메스꺼움과 구토 치료에 마리화나가 신뢰할 만한 과학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마리화나를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걸 금지할 만큼 심각한 안전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리화나가 이처럼 의학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이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마리화나는 이미 미국의 38개 주에서 의학적 목적으로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했다. 따라서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는 건 주와 연방 정부의 마리화나 사용에 대한 법적 간극을 좁히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의학적 효과 인정받은 마리화나
올해 4월 처음 발표된 이 제안에는 마리화나를 소위 1급 약물(Schedule 1)에서 3급 약물(Schedule 3)로 재분류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1급 약물로 분류되는 엑스터시, 헤로인, LSD 같은 강력한 환각제는 의학적 이점은 없고 중독성만 강한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3급 약물은 신체적·심리적 의존 가능성이 중하 수준으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사람이나 동물의 마취제로 사용되는 케타민이나 스테로이드계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가정에서도 많이 쓰는 감기약 타이레놀이 모두 3급 약물로 분류된다.
마리화나는 1970년부터 1급 약물로 분류되어 사용에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
2022년 마리화나의 분류를 재검토에 착수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법무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그는 이미 지난 대선 때 이 같은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따라서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그의 입장에선 4년 전 내건 중대 공약 중 하나를 지켰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표심을 얻으려고 할 것으로 전망된다.
BBC는 “특히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재선 출마를 위해 젊은층과 소수 유권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조치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무부의 규제 완화 결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자신이 과거 마리화나를 소지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을 대거 사면해 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오랜 불평등을 되돌리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자신의 X에다는 “마리화나에 대한 우리의 실패한 접근 방식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의 삶이 뒤바뀌었다”며, 자신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2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은 마리화나 소지로 연방 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하고, 주지사들에게 관련된 주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같은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마리화나 규제 움직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워싱턴 포스트지는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조치를 되돌리려 할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마리화나 관련 산업에 호재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리화나가 3급 약물로 재분류된다고 해서 이것이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마리화나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의료적 사용의 문이 열리고 잠재적으로 형사 처벌이 가벼워지며 마리화나와 관련된 산업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시장조사회사인 Market.u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료용 마리화나 시장 규모는 2023년 138억달러(약 18.7조원)에서 2032년 약 300억달러(약 4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Market.us는 “이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8.3%씩 성장할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24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는 마리화나가 오락용으로도 합법화되어 있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 마리화나를 오락용으로 합법화한 건 아니다.
법무부는 백악관의 승인을 받은 후 공식 공지를 발표하고, 두 달 동안 공청회를 열어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뒤 마리화나 규제 완화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인은 의료용뿐 아니라 오락용으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1월 미국 성인 5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3월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10명 중 9명 가까이(88%)는 마리화나가 의료용이나 오락용으로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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