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140억원대 과세 처분에 불복해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소송의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세무 당국이 부과한 증여세·종합소득세 총 140억여원을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모두 내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 중 약 23억원5000만원은 납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2부(김종호 이승한 심준보 부장판사)는 17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 사장과 이들의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남대문·종로·용산·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 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과세 당국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부과한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원 중 약 23억5000만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원고가 패소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한진그룹 일가에 대한 과세 처분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적극적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높은 가산세율을 적용하고 부과 제척기간(과세기간)을 늘린 것은 위법하다고 봤다. 세무 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은 통상적으로 5년이지만, 납세자가 부정행위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면 10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
재판부는 “망인(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원고들은 조세 포탈의 목적에 따라 적극적으로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망인에 대한 종합소득세에는 10년의 장기 부과 제척기간이 아닌 5년의 부과 제척기간이 적용돼야 하고, 망인에 대한 종합소득세와 원고들에 대한 증여세는 부당 무신고 가산세(40%)가 아닌 일반 무신고 가산세(20%)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망인과 원고들이 적극적 은닉행위를 해 망인에 대한 종합소득세와 원고들에 대한 증여세 부과 및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 또는 취소해야 할 세액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1심)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고 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같은 해 1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원을 부과했다. 세무 당국은 고 조양호 전 회장이 항공산업 관련 물품 공급을 중개하는 개인 사업체를 설립하고, 가족들을 공동사업자로 등록해 회사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편법 증여했다고 봤다.
이에 조원태 회장 등은 세무 당국의 과세 처분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기각당했다. 그러자 2021년 2월 세무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망인은 중개업체들의 실질적인 사업자(소유자)이고, 사업체의 이익이 망인에게서 원고들에게 이전된 것은 처음부터 조세 회피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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