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지난주 가자지구의 주요 구호 통로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폐쇄한 뒤 인도주의 위기가 극대화된 가운데 미국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두 달 전 약속한 구호품 전달을 위한 가자지구 해상 임시 부두가 설치됐다고 밝혀 인도적 지원의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해상으로 구호품이 전달되더라도 육상에서 이를 전달할 연료가 부족하고 전달 인력의 안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배분이 이뤄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가자지구 시간으로 16일(이하 현지시각) 오전 7시40분께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임시 부두를 가자지구 해변에 접안시켰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현재 배에 실려 있는 구호품 물량만 500톤(t)에 이르며 “수일 내” 구호품 배송이 시작될 것으로 봤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하루 트럭 90대 분량으로 시작해 150대까지 구호품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전 가자지구로 들어오던 구호품 분량은 하루 트럭 500~600대 수준이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등 가자지구 정책에 대한 국내 반발이 커지자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늘릴 임시 부두 건설안을 발표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당시 육로 지원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하고 특히 이스라엘이 초기에 지상 공격을 집중한 북부의 경우 구호품을 배분할 시스템 자체가 무너져 해상 운송된 구호품의 분배 단계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중부사령부는 “미군은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유엔(UN)이 구호품을 수령하고 가자지구 내 배분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부두는 임시 시설로 가자지구로의 (구호품) 육로 수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엔은 연료 부족, 안전 문제 등으로 구호품 분배가 가능할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 16일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 파르한 하크는 언론 브리핑에서 “운영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우 제한된 예외를 제외하고 (이스라엘의) 라파 작전 뒤 (가자지구로의) 연료 반입이 중단됐다”며 “원조가 바다를 통해 오든 육지를 통해 오든 연료 없이는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크 부대변인은 구호품 전달 운영 계획에서 “직원의 안전 보장”도 주요 요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활동가 7명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폭격으로 사망한 뒤 인도주의 활동가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크게 치솟았다.
하크 부대변인은 임시 부두를 만든 미국의 노력에 “감사하다”면서도 “육로 운송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구호 전달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모든 검문소를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 남부로 통하는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 또한 명목상으론 개방돼 있지만 전날도 이동 승인이 나기까지 5시간 반이나 걸렸으며 주변 적대 행위도 지속돼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마스가 다시 나타났다며 가자지구 북부에서 재차 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자국군 전차(탱크)의 오인 발포로 인해 자국 군인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초기 조사에서 15일 저녁 7시께 자발리아 난민촌 한 건물에 초소를 세운 자국군을 인근에 있던 전차 병력이 적으로 오인해 발포한 것으로 파악했다. 사망자 외에도 7명이 다쳤고 그 중 3명은 중태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가자지구 지상 작전 개시 뒤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 279명 중 15%인 최소 44명이 오인 사격을 포함한 ‘작전상 사고’에 의해 숨졌다.
미국이 지난주 라파 공격에 반대해 이스라엘로의 무기 배송을 보류했음을 밝히고 바이든 대통령이 라파 전면 침공 땐 공격용 무기 공급 중단까지 선언했지만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라파 작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에 따르면 16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추가 병력을 투입해” 라파 작전을 “계속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 절반 이상인 140만 명이 라파 지역에서 피난 생활을 하고 있던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지상 작전을 펼치며 60만 명 이상이 또다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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